'안전성 검사'에 8개월 막혀…수소선박, 바다 근처도 못 가

입력 2023-07-12 18:29   수정 2023-07-20 16:32

강원 삼척시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 있는 특수선박 제작기업 로마스인더스트리즈의 창고에는 8개월째 친환경 액화수소선박(사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해에서 시운전할 예정이던 이 수소선박에는 현대자동차의 넥쏘 연료전지 두 개와 하이리움산업의 600L 액화수소 저장탱크, 다수 국내 기업의 배터리 및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 선박은 가스안전공사의 안전검사를 받지 못하면서 장기간 발이 묶였다. 가스안전공사가 액화수소 저장용기의 핵심 부품인 안전밸브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으면 실증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막고 있어서다. 바다 구경 한 번 해보지 못한 수소선박은 기약 없이 창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소선박 개발에 참여한 A기업 관계자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놓고선 안전기준이 없다고 실증사업을 못 하게 하는 건 ‘모순’”이라며 혀를 찼다.

신기술·신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둔 규제자유특구가 산으로 가고 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 단위로 신사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규제자유특구를 제대로 운영할 제도와 규정이 갖춰지지 않으면서 되레 ‘규제특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소선박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는 2020년 7월 지정됐다. 2024년까지 액화수소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의 밸류체인을 조성할 계획으로 발을 뗐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강원 액화수소특구가 한국판 뉴딜을 통한 수소산업 육성과 연계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 정부의 ‘공언’과 달리 후속 지원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가스안전공사는 액화수소 사용과 관련한 안전성 검사를 요구하지만 국내엔 이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나 규정이 갖춰지지 않았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규제자유특구라고 안전 기준을 낮추면 그다음은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아직 규정이 없는 분야를 위해 특례를 적용하는 게 규제자유특구”라는 특구 설립 취지에도 가스안전공사는 2025년 국내 실험 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액화수소 관련 사업은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수소 관련 부품이 많아서 시행령, 시행규칙 밑에 기술 기준을 전문가들과 검증하면서 만들고 있다”며 “충북 음성 본사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액화수소 관련 부품을 실험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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