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지난해 특허 로열티로 7231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이후 수익이 급감했는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도 로열티 수익을 적극적으로 늘려갈 전망이다.
로열티 계약을 맺은 기업도 화려하다. 삼성전자, 중국 오포 등 스마트폰 업체를 비롯해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르노,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완성차 업체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맺은 라이센스 계약은 200건에 달한다. 판 부사장은 “350개 이상의 업체가 특허풀을 통해 화웨이의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를 획득했다”고 했다.
화웨이가 이렇게 많은 특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연말 기준 이 기업이 보유한 활성 특허는 11만건을 넘어선다.
지난 5년 연속 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에 따라 특허권을 출원한 기업이나 기관 중 앱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출원한 특허권만 7000건에 달하고, 단일 지원자 기준으로는 PCT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판 부사장은 지난달 특허 창출에 관한 포럼에서 “유럽연합(EU) 특허청에 3544건의 특허를 출원해 해당 지역 최다 특허를 기록했고, 미국 특허수 기준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처음으로 올리기도 했다”고 했다.
화웨이는 로열티 수익을 늘리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엔 약 30개 일본 기업에 통신특허 사용에 관한 로열티를 요구했고, 앞서 1월엔 같은 중국 기업인 샤오미에도 특허권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엔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230개 특허 이용과 관련해 10억달러(1조1615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특허권 장사’ 배경엔 미국의 제재가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지자 화웨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쓰다보니, 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
구멍난 수익을 메우기 위해 화웨이는 앞으로도 로열티 수익에 더 열을 올릴 전망이다. 로열티는 미국의 금지령도 피해갈 수 있다. 화웨이의 무선 통신 장비를 쓰지 않는 기업에도 화웨이는 로열티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 장비들도 화웨이 특허 기술을 써서다. 화웨이는 세계에서 5G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글로벌 5G 표준 필수특허 점유율이 14.6%에 달한다. 4G와 와이파이 등 무선통신 표준 전반에서도 점유율이 높다.
미국의 주요 통신업체는 금지령으로 화웨이 통신 장비를 직접 사용할 수 없지만, 화웨이의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가 요구할 경우 더 많은 기업들이 로열티 협상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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