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금리에 보증섰던 홍콩 갑부도 파산…韓 투자자 원금 다 날릴판

입력 2023-07-16 18:03   수정 2023-07-24 20:28


2019년 중반 미래에셋증권이 주선했던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사진) 관련 대출 상품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당시 건물주인 홍콩 상장기업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선순위 8억6700만달러, 중순위(메자닌) 4억3400만달러 등 약 13억달러를 리파이낸싱(차환)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연 8% 수준의 금리를 받는 조건으로 중순위 대출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댔다.

투자자들은 줄을 섰다. 대출 안정성이 남달랐다. 다른 메자닌 대출 상품과는 달리 건물주인 골딘파이낸셜홀딩스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판수퉁 회장까지 보증을 선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이자 유명한 부동산 재벌로 개인 자산만 6조원 안팎에 이르는 인물로 알려졌다. 빌딩 자체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홍콩의 새로운 비즈니스 허브로 주목받은 주룽반도 동부지역인 이스트 카오룽에 있는 이 오피스 빌딩은 지상 27층 규모(연면적 7만4322㎡)로 2016년 준공된 빌딩이었다.
홍콩 갑부 파산에 고금리 직격탄
이 대출 상품은 만기가 10개월 수준으로 짧은 데다 연 5% 수준의 수익을 추구했다. 최소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 자금이 몰렸다. 우리은행,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1600억원이 넘는 VVIP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 400억원, 유진투자증권 200억원 등 경쟁 증권사도 자기 돈을 태웠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투쟁기금 20억원을 넣을 정도였다.

미래에셋은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대출 주선을 해외 대체투자의 시그니처 딜로 홍보했다. 당시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리파이낸싱에 초대된 한국 금융회사는 미래에셋이 유일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만기가 1년 연장되더니 예상 밖의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판 회장이 무리하게 투자한 중국 톈진 부동산에서 거액의 부실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빚어졌다. 홍콩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중국 은행 등 채권자에 1억달러를 갚지 못해 법정에서 개인 파산을 선고받았다. 그가 지배하던 골딘파이낸셜홀딩스도 거래정지 상태로 지급 불능에 빠졌다. 채권단은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매각에 나섰지만 수차례 잔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결국 선순위 대출자가 권리를 행사하면서 중순위 대출자인 미래에셋 등이 손실을 대부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관련 펀드를 이미 90% 안팎 상각, 피해 보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펀드 240억원을 조성한 미래에셋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도 18일 펀드자산을 90% 안팎 상각하기로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지만 아직 최종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빌딩 대주주였던 골딘파이낸셜홀딩스 자산 매각을 통해 펀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자닌 집중 투자했다가 뒤늦게 비상
이번 미래에셋의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대출 손실 건은 메자닌 투자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빌딩 가격이 떨어지면서 선순위가 아닌 메자닌 대출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증권사들은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추구하기 위해 메자닌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려왔다.

메자닌 대출 상품은 요구 수익률이 높은 공제회, 보험사들을 공략하기 쉬웠다. 문제는 오피스, 쇼핑몰, 호텔,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에 메자닌 대출로 들어가면서 계약 구조를 면밀하게 살피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자닌 대출은 대부분 실제 부동산 소유 주체와 직접적인 대차 계약을 맺지 않아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 투자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EOD 이후 선순위가 모든 권리를 갖고 중·후순위는 전액 손실을 보는 사례가 허다하다.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의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공방이 대표적이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 측이 조성한 메자닌 펀드에 투자했으나 선순위 대출에 대한 EOD에 따라 전량 손실을 보면서 소송에 나섰다. 한 대체투자 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대체투자시장에서 메자닌은 국내와 계약 구조가 달라 불리한 경우가 많은데 저금리 상황에서 한국 증권사들이 금리만 보고 앞다퉈 투자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고 했다.

조진형/류병화/선한결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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