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을 강타하면서 포항시를 흐르는 냉천이 범람해 주민 7명이 숨지는 등 포항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 포스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냉천 상류인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물을 가둬두는 소규모 댐만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인재(人災)였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항사댐 건설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댐 건설에 비판적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환경단체 반발도 거셌다. 결국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한 끝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작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으면서 댐 건설 작업이 간신히 첫발을 떼게 됐다.
이달 중순 전국을 강타한 홍수 피해도 ‘물그릇’에 해당하는 댐이나 보(洑)를 지류·지천에 조성하고 하천 관리와 준설을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본류와 달리 그동안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지류·지천에서의 치수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20개의 다목적댐이 있는데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이 중 2000년 이후 건설된 것은 군위댐 김천부항댐 성덕댐 보현산댐 영주댐 등 5개에 불과하다. 진행 중인 사업도 한강 유역 원주천댐, 낙동강 유역 봉화댐, 포항 냉천 상류에 짓는 항사댐 등 3개뿐이다. 항사댐은 2026년 착공 예정이다. 원주천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했지만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발로 소송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2019년 간신히 착공했다. 댐 높이를 높이거나 바닥의 흙과 모래, 자갈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통해 댐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댐 리모델링’은 한 건도 없다. 이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230여 개의 다목적댐(보 포함)을 건설했다. 최근에도 댐 리모델링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댐 건설 및 댐 리모델링은 최근 홍수 피해가 부각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당시 사흘 연속 폭우가 쏟아지면서 충북 괴산군의 괴산댐에 물이 넘쳤고, 그 결과 괴산군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괴산댐은 발전용댐으로 저수용량이 적다. 홍수 피해가 일어난 뒤 괴산군은 괴산댐을 발전 용도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다목적댐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과거에 비해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한국은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만큼 이런 요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균 641.4㎜였다. 1973년 이후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 중 상위 3위 기록이다. 6월 25일~7월 24일까지 기간만 따지면 역대 최다 강수량이다. 장마철 강수량(전국 평균 기준)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으로 704㎜였다. 2위는 2000년으로 701.4㎜였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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