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들을 위한 英참전용사의 '아리랑'…부산에 울려퍼졌다

입력 2023-07-27 02:28   수정 2023-07-27 02:29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부산 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유엔 참전용사 만찬장. 축하 공연에서 영국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 씨(93)가 전쟁 당시 한국에서 배운 아리랑을 열창했다.

그는 2019년 영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우승한 유명 가수다. 열아홉 살 나이에 낯선 한국 땅에서 전쟁을 겪은 뒤 아흔 살이 넘어 다시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함께 참전한 친구 6명 중 4명은 전사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새커리 씨는 “전우들과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부른 노래가 아리랑”이라며 “이제는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을 위해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새커리 씨 등 유엔 참전용사와 가족,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 등 37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영웅의 제복’을 입은 유엔 참전용사가 입장하며 시작됐다. 이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13명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이 메달은 6·25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와 예우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증정한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웅의 신발’ 헌정 행사도 진행됐다. 이는 보훈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신발을 제작해 헌정하는 사업이다. 박 장관은 6·25 전쟁 당시 실종된 전우를 찾다 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참전용사 어니스트 홀덴 씨(91·호주)에게 직접 신발을 신겨 줬다.

참전용사의 방한 인사도 이어졌다. 유엔 참전용사인 윌리엄 워드 씨(91·미국)는 연단에 올라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말했듯 최고의 복수는 엄청난 성공”이라며 “한국인들이 70년 만에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둔 것이 놀랍고, 한국의 성공 스토리에 작은 기여를 한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이 복받쳐 준비한 글귀를 다 읽지 못했다. 함께 연단에 선 부인이 남은 글을 대독했고,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국군 전사자 7인의 유해 봉환 행사에 참석했다. 전날 유해를 싣고 미국 하와이를 출발한 공군 수송기는 한국 방공식별구역 진입 때부터 공군 F-35A 편대의 호위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유해가 조국 땅에 내리자 거수경례로 예우를 표했다. 7인의 유해 중 유일하게 신원이 확인된 고(故) 최임락 일병의 막내동생인 최용 씨(79)는 “나라 걱정은 마시고 우리 땅에서 편히 쉬시이소”라며 편지를 낭독했다. 1950년 8월 만 19세 나이로 육군에 자원입대한 최 일병은 이후 카투사로 미 7사단에 배치됐다가 같은 해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최 일병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김동현/오형주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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