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인 만큼 꽤나 놀라운 부진이다. 독일 경제의 고전은 작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4%, 올 1분기 -0.1%, 2분기 0%로 바닥을 기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 “우리가 ‘유럽의 병자’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는 탄식과 자조가 터져 나올 정도다.
특정 국가와 산업에 대한 의존이 독일 경제를 고난으로 밀어 넣었다. 7년 연속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지나친 의존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를 해제하고 리오프닝에 들어갔음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55%를 값싼 러시아산에 의존한 것도 화근이 됐다. 독일이 어쩔 수 없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자 공급 제한 보복 조치가 뒤따랐고 이는 에너지 대란을 불렀다.
독일 경제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한국 경제와의 높은 유사성 때문이다. 특정 국가 및 산업 의존도로 치면 우리가 오히려 독일보다 높을 것이다. 중국 의존도만 해도, 독일은 중국이 7년째 최대 교역국이지만 우리는 19년째다. 또 국가적 사활을 건 고도화 경쟁이 벌어지는 반도체산업 의존도도 독일의 자동차산업 의존도보다 결코 낮지 않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처럼 한국은 요소수 갈륨 등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하늘을 찌른다.
독일의 부진은 프랑스의 성과와 대비돼 더욱 시사점이 크다. 2021년 52년 만에 최고 성장률(7.0%)을 기록하는 등 프랑스 경제는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 유연화와 규제개혁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덕분이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취임 직후 최저임금을 25%나 올리는 등 시장 개입으로 내달렸다. 독일 경제 침체가 러시아, 중국이라는 권위주의국과의 과도한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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