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신질환자 관리 땜질처방 안된다

입력 2023-08-08 18:00   수정 2023-08-09 00:33

경기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충격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방범죄 우려에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퇴근을 서두른다. 호신용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범죄 대응 매뉴얼은 SNS를 타고 돈다. 그야말로 흉흉하다.

서현동 흉기난동 범인 최원종은 조현병의 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려 한다’는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 치료받지 않았다. 만약 지역사회에서 최원종을 지속해서 관리하고 치료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점 드러낸 정신질환자 관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건 사흘 뒤인 지난 6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했다. 핵가족 또는 1인 가구 사회가 된 지금, 가족에게만 환자 관리와 치료 책임을 맡겨둬선 곤란하다는 취지에서다.

국내 정신질환 치료 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현실과 괴리된 제도부터가 그렇다. 조현병 환자들은 대개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발적 입원이 많지 않은 이유다. 나머지 수단은 강제 입원이다. 그런데 요건이 까다롭다. 2명의 보호의무자 동의와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부당한 강제 입원 방지와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장치다.

문제는 2명 이상 전문의의 소견을 받는 일 자체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치의가 입원 소견을 내면 대개 공공병원 정신과 전문의가 추가로 소견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업무를 처리할 공공병원 전문의가 태부족이다. 제때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병상도 모자란다. 국내 정신병원 병상은 2017년 6만7000개에서 2023년 5만3000개로 급감했다. 급성기 환자를 치료할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의 정신과 병동에선 10년간 1000병상이 줄었다. 낮은 의료수가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시급한 사법입원제 도입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원 등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계획도 밝혔다.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책임지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의료계에서도 비자의(非自意) 입원의 실효성을 높일 대안으로 거론되던 방안이다.

사법입원제는 4년 전 경남 진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안인득 사건 당시에도 거론됐다. 하지만 금방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인권단체 등의 반발에도 부닥쳤다. 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이제는 제도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영국 등 해외에선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기도 하다.

다만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흉악범죄자로 대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정신질환자가 음지로 숨어들고 치료를 기피할 수 있어서다. 조현병은 이미 흔한 질병이 됐다. 일반인의 1%가 걸리는 정신질환이다.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이 피할 수 없는 질병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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