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제대로 허 찔렸다"…시진핑의 무서운 '반격 카드'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3-08-10 11:04   수정 2023-09-10 08:5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작년 말 중국 당국이 기술·무역·국방 분야 관료들을 비밀 회의에 소집했다.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결정에 맞설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올해 7월 중국은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갈륨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8%를 장악하고 있는 광물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매튜 푸나이올 중국 전문가는 "해당 광물은 일부 기술 업계를 제외하고는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광물"이라며 "베이징이 워싱턴의 허를 찔렀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비밀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우리가 가진 선택지들 중 가장 극단적인 조치도 아니고 우리의 억지력 일부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자원을 언제든 '지정학적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으름장이다.
중국의 존재감=석유계의 사우디 수준
최근 중국을 석유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위상'을 누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유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가 자국의 막대한 석유 생산량을 지렛대로 삼아 주요 사안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밀리지 않고 맞서는 모습에 빗댄 것이다. 최근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클린테크(청정기술) 분야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핵심 광물과 관련 기술력 모두에서 오늘날 중국의 입지는 막강하다. 갈륨과 게르마늄, 희토류 등 원자재의 전 세계 생산량의 60~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제조하는 모든 공정의 80%를, 풍력 터빈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정의 약 60%를 중국이 도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배터리와 틈새 제품에 사용되는 일부 소재의 경우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100%에 가까운 것도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아·태 천연자원 및 청정기술 연구팀의 니킬 반다리 공동책임자는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보이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1위 코발트 생산기업 화유코발트와 자동차·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해외 광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늘려 온 덕분이다. 최근 상하이푸단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광산업 투자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치를 찍을 전망이다. 상반기에만 10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미 작년 총액을 압도했다.
선진국이 기피했던 광물 제련업 장악
중국은 청정기술 공급망 중에서도 원광 가공 및 정제 분야의 1인자라 할 수 있다. 이는 전체 공급망 사슬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는 부분이지만, 과거 환경오염 유발 등을 이유로 광석 가공업 부문을 개발도상국들에 의존했던 선진국들로서는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구리 광산인 몽골 오유톨고이 광산에서 채굴되는 구리들이 가공 공정을 위해 모두 중국으로 이동돼야 한다는 사실은 중국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유톨고이 광산 운영 기업인 리오틴토의 임원은 "중국인들은 항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좋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의 경우 원재료인 광물 매장량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대부분 20% 미만이지만, 가공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90% 내외에 달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20%에 불과하다. 흑연 제련 시장에서는 점유율 70%을 자랑하는 압도적 1위로 역전된다. 여기에다 흑연 공정 과정의 핵심 제품인 불산도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미국 국무부와 지질조사국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 중요한 54개 핵심 광물 가운데 중국이 공급망 사슬에서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광물은 35개에 이른다.



이 같은 공급망 장악력을 토대로 중국에서는 배터리-전기차 수직 통합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글로벌 1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전통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 등이 모두 부러워하는 비야디(BYD)다. 이와 관련 2007년 주중국멕시코대사로 일했던 호르헤 과하르도는 "당시 배터리 제조사였다가 이제 막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들었던 비야디를 찾아가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중국 밖에서 제조할 생각은 결코 없다'는 거절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럽은 물론 자본력이 막강한 미국조차도 중국 없이는 친환경 전환을 이루기 힘들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에너지 부문 분석가는 "미국은 이제라도 청정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아갔지만, 현실은 중국이 '전 세계의 작업장'이라는 사실이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한 자체 생태계를 키울 것인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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