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파견 넘어 남성 역차별까지… 진화하는 차별 분쟁

입력 2023-08-15 17:35   수정 2023-08-16 13:25



최근 노동 분야에서 차별 이슈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차별의 내용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간제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간의 차별,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간의 차별 등이 주로 문제되었으나 최근에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확대, 고령자에 대한 차별, 심지어 남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등으로 차별을 다투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의 차별(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기간제 근로자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일명 '무기계약직'과 처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채용된 소위 '정규직 근로자'간의 차별이 문제되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역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한 종류이므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하급심 판결 중에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근로기준법 제6조상의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로 인정한 사례도 적지 않게 보이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6. 10. 선고 2014가합350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6.14. 선고 2017가합507736 판결 등), 반면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도 존재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3705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3. 선고 2020가합590813 판결 등).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는 ‘변경할 수 없거나 고정적인 표지’로 보기 어려워 ‘사회적 신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에서는 ‘고용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고용형태’에는 ‘통상근로와 단시간 근로, 기간제 근로, 파견근로, 그 밖에 통상근로 이외의 근로형태’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도 차별금지법안에서는 금지되는 차별영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히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하기보다는 업무강도나 전문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다른 업무를 부여하여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근로조건의 차이를 두는 것이 분쟁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참고로, 최근 사회적 신분의 개념이 쟁점이 된 상고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있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령에 따른 차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제4조의4 제1항)이 시행된 2008. 3. 21. 이후 해당 조항은 사실상 선언적 효력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최근 대법원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에 의한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판단을 한 이후(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다수의 판결례가 동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차별 금지 영역 중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에 의한 차별금지가 주요 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 연장이 되기 직전에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들은 단순히 정년을 연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타당한지 ②이로 인해 해당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가 어떠한지 ③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가 적정한지 ④임금피크제로 걈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정년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기존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 원칙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에는 ‘동일가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남녀 간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원칙을 의미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다101011 판결). 따라서 과거에는 동일가치 노동을 제공하는 남녀 근로자 간의 임금 차별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이 문제되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남녀 간의 임금 차이가 아닌 사안(국립대학교 내 시간강사의 강사료 차별)에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판시하여, ‘남녀 간의’ 부분을 생략했다. 해당 판결이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동성 간의 임금 차별에도 적용되는지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동성 간의 임금 차별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면, 앞으로는 차별 금지 영역이 훨씬 확대되게 된다.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가 다뤄진 하급심 판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임금피크제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 12. 21. 선고 2020나2033146 판결).

이처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남녀 간의 임금 차별을 뛰어 넘어 적용된다면, 앞으로는 해당 노동 가치가 얼마인지를 판단하여 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 근로자 우대 정책

남녀고용평등법의 목적은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는데 있는데, 과거 위 법의 실질적 목적은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 및 여성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성 근로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오히려 남녀고용평등법의 목적에 반하여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미 남녀의 평등한 기회나 여성 고용이 상당히 촉진되고 있고, 전문성이 뛰어난 여성 근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녀 성별에 따른 TO를 배정하지 않고 신입직원을 채용하게 되면 여성 근로자가 훨씬 많아지는 경우가 많고, 최근 모 회사에서는 내부적으로 합격자의 성비를 미리 정해 두고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인사담당임원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제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성별의 의한 차별금지가 명문 규정 그대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 보장’이 되었고, 따라서 여성 근로자를 우대하는 정책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이상 성별에 의한 차별 대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노동부 역시 ‘취학전 아동이 있는 여성에게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제9조,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으로 보았다(여성고용과-46, 2008.03). 다만, 모성보호는 임신, 출산, 수유 등 모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활동을 보호하는 조치이므로, 여성 근로자에게만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모성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성별에 의한 차별이 아니다.

이처럼 노동 분야에서 차별의 이슈는 점점 확대되고 진화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금지한다고 판시했고, 이는 차별과 관련하여 모든 영역에 적용될 여지를 남겨 놓았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에서는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차별이 문제될 분야가 없는지 점검하고 사전에 그 리스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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