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디즈니랜드' 뜻밖의 관광명소…한국에도 생긴다 [긱스]

입력 2023-08-16 15:05   수정 2023-08-16 15:1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풍력발전'하면 강원도 대관령이 언뜻 생각납니다. 하지만 해외에선 풍력발전기가 바다 위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가 되면서 '어른들의 디즈니랜드'가 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해상풍력 시대가 움트고 있습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설명합니다.


영국 런던 근교의 브라이튼시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양도시입니다. 하얀 절벽 ‘세븐시스터즈’를 보기 위해 거치는 도시로 유명하죠. 최근 이 지역에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명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램피온 해상풍력단지’입니다. 140미터 높이의 풍력발전기 116기가 바다 위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트를 타고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매력 포인트라고 합니다.

램피온 단지 뿐 아니라 영국 및 미국, 덴마크의 다른 해상풍력 단지들에서도 이런 투어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델라웨어대 해양과학스쿨의 제러미 파이어스톤 교수는 해상풍력단지를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해상풍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친환경 에너지원입니다. 램피온 단지처럼 관광의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영국은 일찌감치 근교 해안에 해상풍력단지를 만들어 관광과 에너지 공급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13기가와트(GW) 수준인 해상풍력을 2030년에는 50GW 규모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미국 역시 2050년까지 110GW의 해상풍력 발전 목표를 내세우고 있죠.

국내에서도 해상 풍력산업이 서서히 싹트고 있습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목표가 상향되면서 해상풍력 목표도 12GW에서 14.3GW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는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경우 해상풍력에 유리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부존 잠재량이 매우 풍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바다 위로 옮겨가는 풍력발전기
풍력발전기를 바다 위로 가져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효율이 높기 때문이죠. 육지보다 바다에서 바람이 더 거세지는 것은 우리가 모두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해상풍은 육상품 대비 풍속이 더 빠르고 균일합니다. 풍력 정보프로그램인 글로벌윈드아틀라스를 보면 주로 바다에서 강풍을 뜻하는 짙은 붉은색이 표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풍력발전기의 출력은 풍속의 세제곱, 블레이드 길이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풍속이 증가하면 이론적으로 출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 균일한 풍속으로 인해 발전기가 가동되는 시간도 늘어나죠. 결과적으로 풍력발전기를 육상보다 해상에 세워지면 설비이용률이 늘고 기기의 수명이 증가합니다.

대규모 발전단지를 만들기 용이하다는 점은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힙니다. 육상풍력의 경우 부지 부족 문제로 대형 신규 단지 건설이 쉽지 않습니다. 입지 조건도 따져야 하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율과 협의가 필수적입니다. 또 최근 풍력 기기들이 대형화되면서 100m가 넘는 블레이드를 도로를 이용해 운반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이런 제약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발전단지가 대형화되면 관리가 용이하고 전력망 구축도 저렴해집니다. 대형 블레이드를 활용한 풍력발전기 설치가 가능해 출력효율도 향상합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해상풍력 기술의 현재와 미래
해상풍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설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비용과 기술력 때문입니다.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육지보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우선 풍력발전기를 안전하게 지지해줄 하부구조물이 필요합니다. 해상 근처에 변전소가 있어야 하고 육상으로 전기를 보내줄 송전케이블도 추가로 설치가 돼야 합니다. 육상풍력 발전소의 경우 이런 인프라 비용이 전체 비용의 22% 수준이지만, 해상풍력의 경우는 40~60% 수준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해상풍력에는 새로운 밸류체인이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이런 해상풍력 밸류체인 기술들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효율이 높아지고, 고비용 구조가 점차 해결되고 있습니다.

우선 풍력발전기를 지지해주는 하부구조물 기술이 향상됐습니다. 해상풍력은 하부구조물 방식에 따라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눠집니다. 고정식은 말 그대로 해저 지반에 직접 설치되는 구조입니다. 해저 지반의 특성, 파도, 조류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해야 하고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심 60m 이하의 얕은 바다에 적합한 구조입니다. 현재 이런 고정식 풍력단지는 많은 실증을 거치면서 비용이 절감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하부구조물인 부유식의 개발도 한창입니다. 부유식은 터빈이 물에 떠 있는 형태며 케이블을 이용해 해저에 위치한 앵커에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바람이 강한 먼바다에 설치할 수 있어 가장 효율이 좋은 구조이지만 고정식 대비 흔들림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저감하는 구조물 기술이 핵심입니다. 업계에서는 2031년까지는 고정식 구조물이 성장하고, 이후 부유식 구조물이 실증을 마치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풍력 터빈의 대형화도 해상풍력이 가능해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터빈이 대형화되면 각종 인프라 비용을 쓰고도 출력이 높아 상대적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이 증가합니다. 2021년 기준 유럽의 평균 터빈 용량은 8.5MW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재 지멘스가메사, 베스타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15MW급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재활용이 어려운 풍력 블레이드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도 연구 중입니다. 현재 대부분을 매립하여 폐기하고 있는 블레이드를 재사용할 경우 해상풍력단지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또 크게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밸류체인 형성하는 국내 기업들
해외에 비해 한국의 해상풍력 기술 수준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도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조선·해양 부분의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이 많습니다. 해당 부분의 기술력이 해상풍력의 근간이 되는 하부구조물 및 해저케이블 등에 적용될 수 있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빠른 산업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실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해상풍력 기반 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합니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부구조물 강자인 삼강엠앤티를 인수했습니다. 현재 회사의 사명은 SK오션플랜트입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의 하부구조물 수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벨기에, 덴마크, 대만 등 수출국도 다양하죠. 특히 대만에서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을 이미 44% 점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향후 SK오션플랜트는 SK에코플랜트와 연계해 해상풍력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 수직 계열화를 추진할 전망입니다.

LS전선은 해양 안전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지엠티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해저케이블 시공 업체인 KT서브마린 인수를 곧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KT서브마린은 LS마린솔루션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죠. LS전선은 현재 초고압 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제조 국내 1위 기업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해상풍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LS전선은 이에 발맞춰 시공과 정보통신기술까지 연계한 사업 확장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풍력발전기 타워 및 단조 부품 등도 세계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블레이드나 중속기, 대용량 터빈 등의 경우는 핵심부품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원천 기술 경쟁력 부분에서 수출실적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블레이드, 동력전달계, 터빈, 전기부품 등의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 3~5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바다에도 변화의 바람
국내 해상풍력발전은 2022년 기준 약 125MW 수준입니다. 2030년까지 12GW~14GW 수준의 준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많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진행돼야 합니다. 그만큼 한국의 바다에서도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역은 전남 신안,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인천광역시 등입니다. 울산에서는 부유식 풍력단지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 지역 바다의 경우 넓은 대륙붕을 갖추고 있고 평균 초속 8m 이상의 바람이 붑니다. 이런 입지가 해상풍력에 적합하다는 분석입니다. 또 인근의 제철 회사가 있어 철강 조달이 용이하고 원전과 화력발전소도 주변에 있어 송배전 선로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특히 해외기업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덴마크 투자운용사 CIP, 영국 GIG, 프랑스 토탈,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이 울산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6.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발전사업허가 취득을 마친 상태이며 2020년 후반에는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을 비롯한 국내 서부권역에서는 고정식 재킷 타입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400MW 규모의 신안우이해상풍력, 태안해상풍력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재킷 형태의 해상풍력발전소가 세워질 전망입니다. 인천 옹진군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3곳의 위치를 선정하고 있으며 올해 중 최종 위치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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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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