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 이식 받은 50대 뇌사자…32일 넘게 정상기능 [헬스케어 인사이드]

입력 2023-08-18 14:57   수정 2023-08-18 18:22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 분야에서 최근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뉴욕대의대 랭건병원 의료진이 지난달 14일 57세 뇌사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이 한달 넘게 정상기능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돼지 신장을 활용한 이종이식 연구로는 최장 기록입니다.

랭건병원 의료진은 다섯번째 이종이식 수술을 통해 이런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의료진은 다음달 중순까지 이식한 신장이 제 기능을 하는지 등을 계속 관찰할 계획입니다.

이번 이종 장기이식을 이끈 로버트 몽고메리 뉴욕대 의대 교수는 2021년 9월25일 세계 처음으로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의사입니다. 지난해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세계 두 번째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이 분야 대표 권위자죠. 이전에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할 땐 10여개의 유전자를 변형했지만 이번 연구에선 1개 유전자만 변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몽고메리 교수는 "돼지 신장이 사람 몸 속에 들어가 거부 반응 없이 최소 32일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이종이식은 많은 사람이 이식용 장기 부족으로 숨지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기증자가 부족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면역억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이식 대기자는 4만1706명이었습니다. 뇌사로 장기기증을 한 사람은 405명이었습니다.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해 지난해에만 장기이식을 대기하다가 2912명이 숨을 거뒀습니다.

한국에 비해 뇌사자 기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달 기준 이식 대기자가 10만3000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 중 8만8000명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런 이식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입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엔 심한 면역 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개 이런 급성 거부 반응은 장기를 이식한 뒤 수분 안에 발생한다고 하네요. 몽고메리 교수팀은 이런 급성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무력화 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면역계를 학습시키는 림프기관으로 알려진 돼지의 가슴샘도 신장과 함께 이식했습니다. 인체 면역계의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죠. 이식 대상자의 신장 두개를 모두 제거한 뒤 돼지 신장 한개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이식 후 신장 기능을 확인하는 지표인 크레아티닌 수치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정상 범위라고 하네요.

이식용 돼지의 신장과 흉선은 미국 바이오기업인 리비비코어(Revivicor)에서 공급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람 이식용 돼지인 '갈세이프'의 활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식 대상 뇌사자 선정 과정에선 윤리적 원칙도 고려했습니다. 해당 뇌사자는 뇌사 판정을 받은 뒤 가족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장기를 이식하기에 적합한 대상 환자가 없었다고 하네요.

미국에선 이미 뇌사자 대상 연구용 이식 뿐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는 치료도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월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57세 남성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식 후 두달만에 환자가 숨졌습니다. 국내에선 사람 이식 전 단계인 영장류(원숭이) 대상 이식 수술 연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업 옵티팜은 원숭이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뒤 221일까지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넨바이오는 돼지 췌도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이종장기학회(IX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하려면 영장류 6마리 중 4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하고, 그 중 한 마리는 1년 이상 생존 경과를 살펴야 합니다. 이종장기를 활용해 생명을 살리는 세상이 열려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이 근심을 더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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