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균형 잡힌 재외동포 정책 필요하다

입력 2023-08-22 17:58   수정 2023-08-23 00:07

미국 대통령들은 아일랜드 방문에 열심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의 방문을 시작으로 8명의 현직 대통령이 방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 번이나 어머니의 고향에 들렀다. 빌 클린턴도 세 차례 방문했는데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중재해 북아일랜드 분쟁을 종식했다. 버락 오바마도 외증조부의 고향을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아일랜드 정체성을 부각하려는 것은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미국 인구의 9%에 해당하는 3000만 명 이상이 아일랜드계다. 아일랜드 디아스포라는 2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지금도 미국 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주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했으나 글로벌 시대의 국제 이주는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현재 2억9000만 명이 출생지를 떠나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한 선진국들이 적극적 이민정책을 펴고 있어 이민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민의 시대에 디아스포라가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우선 디아스포라는 교역을 증대하고 투자를 촉진한다. 이주민들의 송금은 본국의 경제 발전을 추동한다. 작년 이주민들의 본국 송금액은 80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과 인도가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해외동포의 지원을 받았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리핀 이민자들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300억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한다. 그들이 크리스마스 휴가차 귀국하면 영웅으로 환영받는 이유다.

둘째, 디아스포라는 국경을 넘어 정보의 흐름을 촉진한다. 이는 지구촌이 초접속·초연결 시대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디아스포라는 문화 교류를 촉진한다. 글로벌 한류 확산에 첨병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재외동포였다.

연해주 이민을 기준으로 해외 이주 160주년인 올해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만만찮은 도전과 과제가 놓여 있다.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과 수민국의 주류사회 진출 지원이다. 일견 모순되고 상충되는 두 핵심 목표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세대교체로 세계 도처에서 모국과의 유대가 약해지는 이때 이주 역사, 배경 및 정착 방식이 다른 750만 재외동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다만 글로벌 한류와 모국이 단기간 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점은 젊은 세대의 자부심과 정체성 함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많은 이민공동체 가운데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대인, 아르메니아, 그리스 디아스포라를 눈여겨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차세대 동포의 주류사회 진출 지원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달 프랑스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한 것과 이민 정책을 둘러싸고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붕괴한 것은 이민 문제의 폭발성을 보여주는 예다. 무엇보다 재외동포가 수민국에서 건전한 시민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오 범죄로부터 교민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또 차세대 동포 육성에는 섬세한 국가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한인사회의 정치적 결속이나 영향력 신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민족의 정치세력화에 부정적인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는 현지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외동포 정책과 이민 정책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 정부의 포용적, 개방적 다문화 정책은 수민국 내 재외동포의 발전 및 권익 신장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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