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스크 직면한 롯데그룹, 계열사에 “전방위 현금 확보” 지시

입력 2023-08-24 09:37   수정 2023-08-25 10:26

이 기사는 08월 24일 09: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리스크에 직면했다. 지난 2년간 3조5000억원을 들여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인수 성과가 부진하다. 순차입금이 크게 늘며 그룹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M&A를 멈추고 유동성 확보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지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매각 가능한 자산을 추려 현금화에 나섰다. 그간 롯데리츠를 활용해 자산을 유동화했지만 사업을 철수해 외부에 매각하는 식으로 전략이 다변화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M&A 리스크를 검토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롯데지주도 각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포트폴리오 투자 담당자들과 함께 투자 성과를 검토하고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적극적으로 M&A에 나섰지만 성과가 부진한 영향이다. 2015년부터 6년간 M&A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롯데는 2021년부터 기조가 바뀌었다. 2021년 중고나라(300억원)를 시작으로 한샘(2995억원) 칼리버스(120억원)를 인수했다. 2022년엔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로 10년 만에 조 단위 인수 소식을 알렸다.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중앙제어(690억원) 킴튼호텔모나코(440억원) 등을 사왔다. 2년간 3조5000억원을 썼다. 쏘카, 와디즈, 초록뱀미디어 등 지분투자를 제외한 규모다. 큰 돈을 들여 몸집을 키웠지만 비교적 높은 가격에 M&A를 강행한 탓에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룹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룹의 핵심 축인 롯데케미칼(화학)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말 3000억원에서 3월 말 기준 3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는 실질순차입금이 마이너스(-)였지만 2022년부터 실적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규모가 축소됐다. 인도네시아 NCC(나프타 분해설비) 신설 투자로 설비투자(CAPEX) 부담도 크게 확대됐다. 1분기 유상증자로 1조2000억원 자금이 유입되었음에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잔금(2조4000억원) 지출로 차입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여기에 내년까지 국내외 설비 투자로 CAPEX가 연결 기준 총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축 롯데쇼핑(유통)마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신사업인 이커머스는 쿠팡에 크게 뒤쳐졌고 전통 유통인 롯데백화점마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1년말 이후론 순차입금도 증가세다. 가장 뼈아픈 M&A 실패는 한샘이다. 롯데쇼핑이 유통업 시너지를 위해 IMM PE와 손잡고 투자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다. 주당 22만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4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중고나라와 한국미니스톱 등도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다.

롯데 계열사들은 단기에 실적을 끌어올려 인수 성과를 내기 어렵다 판단하고 유동성 확보로 방향을 틀었다. 당장 매각 가능한 자산부터 추려 현금부터 확보하는 등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가 시작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매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은 그룹의 스폰서 리츠인 롯데리츠를 통해 영업자산을 유동화해왔다. 최근 들어선 외부 매각을 통한 시장성 조달을 우선하고 있다. '부동산 강자' 롯데가 유력 자산들을 시장에 잇따라 내놓고 있어 업계 관심도 크다.

롯데쇼핑이 추진 중인 롯데백화점 9개 자산 매각이 대표적이다.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부산 중앙역 개발부지 △포항사업소 △청주 영플라자 △관악점 문화센터 일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엘큐브 부산 광복점·이대점 전대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분 전 회수가능액 등 장부가를 재평가해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보고서에선 1782억3931만원이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 롯데는 통매각 가격으로 2500억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다.

종국엔 롯데리츠로 넘길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내부에선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번 매각은 영업점 축소 차원에서 추진된 비영업자산 매각이다. 영업 중인 자산을 리츠에 넘겨 유동화했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엘큐브의 경우 롯데백화점이 건물을 임대해 운영해왔지만 2019년 영업을 철수한 이후 영업권을 양도해 재임대해왔다. 임차보증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매각자산으로 분류됐다. 분당 물류센터는 대지면적이 5만7023㎡(1만7249.5평)에 이르는 대형 자산이다. 오랜 기간 인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철수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도 자산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롯데지주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양평동의 임차 사옥 토지와 건물을 롯데홈쇼핑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39억원 규모다. 보유 공장 중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소재한 제과공장과 전국 제빵공장 3곳 중 일부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3월을 시작으로 지난 6월까지 총 9개의 해외법인을 정리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중국 현지기업과의 합작법인 삼강화공유한공사 지분 절반의 매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재무부담 축소를 위한 적극적인 디레버리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M&A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더 큰 위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관리를 통한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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