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째 카라바조 열풍… 이탈리아 미술관 최애 작가죠”

입력 2023-08-23 15:46   수정 2023-08-25 08:40



“카라바조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가 아닌가 싶어요. 카라바조 그림을 한 점이라도 소장한 미술관은 십중팔구 그의 작품을 도록 표지로 쓰거든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를 펴낸 고종희 한양여대 명예교수는 22일 서울 중구의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탈리아에서는 카라바조 열풍이 사그라들 줄 모르고, 오히려 점점 더 거세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 교수는 서양미술사 전문가다. 이탈리아 국립피사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1571년 태어난 카라바조는 카라치와 더불어 바로크 회화 시대를 연 개척자다. 바로크 회화는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빛의 명암이 뚜렷하고 잔혹한 장면도 그대로 그림으로 그렸다. 그 시초가 카라바조다.

고 교수는 “정물화도 카라바조가 그리면 달랐다”고 했다. 이전의 먹음직스럽고 풍요로운 과일 정물화와 달리 그는 시들고 벌레 먹고 병든 과일 그림을 그렸다. 정물화를 장식용으로 여긴 게 아니라 정물화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철학적·신학적 의미를 입혔다는 설명이다.

그의 그림엔 가식과 권위, 위선과 장식이 없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목이 잘린 그림들에 당대 사람들이 환호했다. 무언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유쾌함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라파엘로, 보티첼리, 벨라스케스, 고야, 르누아르 등 기라성 같은 화가들의 대표작 50점이 전시 중이다. 그 가운데 이 전시회 포스터 그림으로 뽑힌 게 카라바조의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다.

고 교수는 카바라조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본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봤다고 한다. 카라바조가 태어난 밀라노부터 유년 시절을 보낸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로마, 살인을 저지른 후 떠돌았던 팔리아노와 나폴리, 몰타,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친 에르콜레 해변까지 직접 다니며 그의 생애를 촘촘하게 되짚었다.

책에서 카라바조에 관한 여러 오해도 풀어냈다. 예컨대 카라바조란 이름부터가 그렇다. 그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의 유명한 화가가 이미 있었기에 ‘카라바조 출신의 미켈란젤로 메리시’, 줄여서 카라바조라 불렸다.

하지만 2007년 한 미술 애호가에 의해 카라바조가 태어난 곳이 밀라노라는 사실이 밝혀져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고 교수는 “40년 전 피사대 미술사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카라바조에게 매료되어 책과 자료를 수집했다”며 “단순히 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라 평생을 바친 미술사 연구에 대한 열정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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