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가로수길 가나요?"…2030女 몰려든 '핫플레이스'

입력 2023-08-26 07:31   수정 2023-08-26 13:27


서울 상권에서 '뒷골목'이 주목받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대로변을 떠나기 시작하더니,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일부 대기업 매장도 골목상권을 찾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에서는 메인 대로에서 뒤로 들어간 길인 '세로수길' 그리고 사이사이 골목인 '뒤로수길', '뒤뒤로수길'까지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다. 젊은 층들은 소셜미디어(SNS)나 입소문을 듣고 골목의 숨은 맛집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26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유동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세로수길 유동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이는 동기간 서울시 전체 유동 인구가 0.2%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상대적으로 세로수길 상권의 활기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레트로한 분위기에 트랜디한 상점…골목으로 가는 2030
세로수길과 뒤로수길은 서울 지하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대로변을 따라 있는 가로수길 양옆에 위치한 골목길이다. 세로수길이 등장한 뒤, 가로수길과 압구정역 사이에 있는 뒤로수길까지 형성됐다. 여기서 골목으로 한번 더 들어가면 뒤뒤로수길이 된다.

세로수길과 뒤로수길 일대의 음식점과 카페에는 2030세대들부터 직장인까지 고른 수요들이 찾고 있다. 주택을 개조한 '뉴트로(new+레트로) 상권'도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로수길 주택들은 상가로 바뀌었고, 트렌디한 상점과 음식점, 와인바 등이 입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세로수길'과 '뒤로수길'에 관련된 게시물은 8만개가 넘는다.

골목이나 개발이 덜 된 동네 분위기 좋아하는 유행에 따라 일부러 찾는 젊은층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을지로나 성수동 일대 등 레트로한 분위기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가로수길 일대도 이에 맞는 분위기로 상권이 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로수길같은 메인 상권에서 높은 임대료 때문에 밀려났지만, 이제는 2030세대의 새로운 성지가 된 셈이다. 높은 임대료를 피해 처음부터 골목을 찾는 임대인도 생겼다. 세로수길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는 "가로수길은 애초에 임대료가 비싸서 들어갈 엄두도 안 났고 가게 면적도 큰 편이다"라며 "코로나19 이후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려는 상인들은 없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신사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세로수길은 지하철역과도 인접해 사람들이 방문하기 편리한 위치"라며 "세로수길은 외국인보다는 2030세대 내국인, 그중 여성들이 많이 찾는 상권이라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했다"고 말했다.
잘 나갔던 가로수길, 이젠 공실 상권의 대명사로
이처럼 뒷골목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메인 상권의 높은 임대료가 있다. 2010년대 가로수길 상권이 커지면서 유동 인구가 증가하고 임대료도 덩달아 높아졌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가게들이 점차 뒤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인상으로 원주민의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 'H&M' 그리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중심으로 상권이 재편됐다. 한때 패션의 성지로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감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얘기가 달라졌다. 가로수길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대형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부담을 떠앉아야 했다. 대형 패션·명품 가게, 성형외과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라인프렌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철수하더니 국내 1호 '커피스미스' 카페 매장과 패션 브랜드 '자라'도 최근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외식·카페 업종들이 가로수길 이면으로 후퇴하더니, 대형 패션업체들도 골목상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코스(COS)' 등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일찍이 세로수길에서 매장을 운영해 왔다. 이후 2010년 중후반부터는 세로수길에 대형 임차사가 진출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올버즈', '아더에러', '바이레도' 등 신흥 패션·뷰티 브랜드가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가로수길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애플 매장 주변 정도만 사람들이 북적일 뿐이다. 건물마다 '공실' 딱지가 즐비한 상황이 됐다. 잘 나가던 시절 '상습 정체' 구간이었지만, 이젠 한가하게 신사동과 압구정을 오가는 사잇길이 됐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1.5%포인트 줄은 36.5%로 집계됐다. 다른 주요 상권(명동, 이태원, 홍대, 청담)이 10%대 공실률을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가로수길은 지난해 4분기(31.5%) 공실률이 30%를 넘어선 이후 줄곧 30%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젠 세로수길·뒤로수길 임대료 상승
가로수길 대신 세로수길, 뒤로수길이 뜨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 지역의 임대료도 상승하고 있다. 골목 상권을 비롯한 신사동 일대 임대료는 오름세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우리마을가게'에 따르면 신사동의 올해 1분기 임대료는 3.3㎡당 17만7010원으로 전년 동기(15만5460원) 대비 13.9% 늘었다. 서울시 전체 임대료보다는 1만원 이상 높다.

신사동 B 공인중개 관계자는 "세로수길과 골목 상권 임대료는 3.3㎡당 30만~50만원 이상은 잡아야 하고 권리금은 필수"라며 "코로나19 시기에 하락한 부분을 회복했다. 공실이 많지 않아 임대료가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역 인근은 지형적으로 주변 상권이 발달하기 좋다보니 앞으로 임대료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골목들의 임대료가 오르다보면 메인상권인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고가의 임대료로 메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권이 커지는 있다"며 "가로수길 임대료는 향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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