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공유주방'…강남마저 공실률 70%

입력 2023-08-27 18:15   수정 2023-09-04 17:00


혁신적인 경제 모델로 주목받던 ‘공유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배달형 공유주방 회사들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배달음식 시장 축소로 타격을 받았고, 공유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출혈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유경제 회사들이 관리하는 공유 공간과 물품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사업 모델 자체를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공유주방 연이어 ‘파산’
27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서 운영 중인 A공유주방 지점의 44개 점포 중 31곳은 현재 입점 식당 없이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시기 배달업계가 활황일 때 ‘제로(0)’에 가까웠던 배달형 공유주방 공실률이 지금은 70%까지 치솟은 것이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넓은 매장을 임차하거나 매입해 9.9~26.4㎡ 남짓한 작은 주방으로 나눈 뒤 배달 전문 식당을 입점시키는 모델이다.

엔데믹으로 배달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유주방 입점을 원하는 식당 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들어갈 때 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식당 사장님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시간제 공유주방 플랫폼 ‘나누다키친’ 운영사인 위대한상사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또 다른 공유주방 회사인 개러지키친은 점주 등 90여 명의 채권자에게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못한 채 파산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공룡으로 불리던 미국 위워크 본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지사인 위워크코리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워크코리아는 2020년 4월 이후 신규 지점 개설이 없다. 2021년 11월 서울 종로타워점 영업을 종료해 오히려 점포 수가 줄었다. 지난해 기준 순손실은 1399억원으로 매출보다 손실 규모가 크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공유오피스는 건물을 임차해 기업에 재임차하는 모델인데 입주하려는 스타트업이 줄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유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1186억원)이 전년(830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39억원에서 93억원으로 증가했다.
“관리 부실로 신뢰성 하락”
공유경제는 합리적인 이용 가격에 더해 이용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공유경제란 키워드만 내세웠다가 어려움에 직면한 회사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최초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는 차량 문이 열리지 않거나 반납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 부실로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월 기준 그린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공유경제 모델 자체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구조란 지적도 있다. 우량한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공유공간에 입주한 식당과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면 월세를 내지 못하거나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고, 이들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 더 이상 공유공간에 머물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규제에 발목 잡히기도
공유 업체들에 적용되는 규제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유킥보드업계는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탑승 시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하철역 주변 등에 주·정차된 킥보드의 강제 견인 조치를 시작했다.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은 최근 글로벌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에어비앤비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공유숙박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다. 위홈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사업하고 있는데 ‘지하철역 반경 1㎞ 이내만 허용’이라는 또 다른 규제에 묶여 있다. 조상구 위홈 대표는 “지금 같은 조건으로는 해외 업체 에어비앤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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