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좀 어때?" 평판조회, 어디까지 괜찮을까?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입력 2023-08-28 15:16   수정 2023-08-28 15:30

요즘 채용시장에서 기업 ‘신입공채’ 공고는 구직자들에게 깜짝 이벤트와 같습니다. 주요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 하반기 공채는 근 몇 년간 그 규모가 확연히 줄었고 공채 대신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으로 시장의 흐름이 변화했으니 말이죠.

최근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채용시장의 경향성과 함께 상승세를 띄는 이슈가 있으니, 바로 평판조회입니다. 평판조회, 실무상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 불리는 이것은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경력직 채용절차의 최종 관문입니다.



전략적 인사관리, 성과관리, 효율성이 대세인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력직을 채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 실무에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곧장 성과를 창출할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것이죠. 경력직이 신입보다 연봉이 높은 것은 물론, 채용시장에서의 이직은 곧 연봉상승 기회와도 같으니 기업에서 당장 경력직 채용으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꽤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입 채용 후 교육훈련과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는 구성원으로까지 성장시키는데 투입되는 기업의 시간·비용·인력 등을 고려하면 경력직 채용이 신입 채용보다 ROI(투자수익률)가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신입 채용보다 무조건 이득일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요? 경력직 채용시장에 관한 여러 사건과 이야기를 접하는 노무사로서 기업 경력직 채용에 관한 소견은 ‘높은 레벨의 게임 퀘스트’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성공하기 너무 어렵지만 성공한다면 큰 성과와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에서요.

경력직 채용절차에서는 이력서상 경력과 업무성과의 사실 여부나 업무역량 외에도 업무 스타일, 조직 적응도, 인성, 동료들과의 인화 등 다방면에서의 철저한 검증이 요구됩니다. TO를 메우기 위해 해당 포지션에 필요한 경력과 이력 위주로만 평가해 경력직을 채용하면 입사 후 자칫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인 신입과 달리 경력직은 수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자아가 이미 견고해 새 직장, 새 조직에서도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이나 소통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업은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경력직 채용 시 개인과 조직 간 적합성(P-O Fit, Person-Organization Fit)을 주요하게 따져보아야 하고, 이때 필요한 것이 평판조회입니다.

짧게는 십여 분, 길게는 한두 시간에 걸친 면접으로는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상사·동료·후배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어떠한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지원자 열에 아홉은 본인이 성실하고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라고 어필하니 면접에서의 평가나 검증은 주관적이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기업은 면접 절차를 거친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마지막 단계로 평판조회를 진행합니다. 지원자의 일처리는 어떠한지, 퇴사했다면 퇴사 사유는 무엇이고 인수인계는 잘 마무리하였는지, 대인관계는 어떠한지 등 함께 일해본 사람(들)에게 지원자의 종합적인 평판을 확인하여 우리 조직과의 융합에 문제가 없을지 판단하게 됩니다.

채용절차의 한 단계로서 공식적인 평판조회 진행 시 기업은 지원자에게 평판조회 절차를 안내하면서 개인정보 제공 동의와 추천인 명단을 받아야 합니다. 별도의 공지나 지원자 동의 없이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퇴사자가 이직 예정인 기업에서 기존 회사로 평판조회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기존 회사의 인사담당자나 추천인이 퇴사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제공한다면 취업방해, 명예훼손 또는 업무방해 소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업무방해는 이직 예정인 기업에 대한 것으로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우 형사상 위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취업방해나 명예훼손은 해당 지원자에 대하여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평판조회 절차는 위와 같지만, 실무상 주변 지인을 통한 비공식적인 평판조회(ex. “OOO 알아? 그 사람 어때?”)는 흔히 이뤄집니다. 알고 보면 세상은 참 좁다는 걸 느끼죠. 지원자에게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만큼 기업에도 지원자의 평판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입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언제든 이직을 결심하고 채용시장에서 평판조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평상시 언행과 대인관계가 곧 나의 평판관리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차연수 님은 스타트업 인턴, 해외 주재원, 5년 차 직장인을 지나 돌연 퇴사 후 공인노무사 시험에 동차 합격한 뒤 현재 제이에스인사노무컨설팅 파트너 공인노무사로 활동 중이다. 사업주 자문, 인사컨설팅, 교육·강의, 노동분쟁 사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조사, 단체교섭 컨설팅 등 다양한 인사노무 분야를 아우른다. 우리의 일터는 법률적 영역뿐 아니라 법이 답을 내릴 수 없는 관계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결국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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