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수출 통제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무역 문제를 다룰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희귀광물 등의 수출을 서로 통제하며 최악의 관계로 치닫던 양국이 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은 정부 관료 및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차관급 실무그룹을 구성해 매년 두 차례 회의를 열 계획이다. 29일 베이징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뒤 내년 초 미국에서도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은 영업 비밀 등 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제별 전문가를 소집하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통제 관련 논의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러몬도 장관은 회담에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가 미·중의 안정적인 경제 관계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왕 장관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중요하다”며 “양국 기업에 더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두 시간 넘게 회담한 뒤 두 시간가량 오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은 이달 초부터 불거진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등 전례 없는 경기 불황에 빠지며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반간첩법 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도 급감했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미·중 간 관광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미국에 300억달러의 경제 효과와 5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 일정 발표 전인 지난 21일에는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회담에서 “국가 안보 문제는 타협·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디리스킹(위험 제거)은 불가피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러몬도 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 인사들의 방중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러몬도 장관은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며 “관계 안정화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