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세종 등 주요 지역의 차주 인당 가계부채 규모가 1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를 내린 코로나19 기간 중 빚을 낸 사람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빚 규모는 소득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1인당 빚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세종시였다. 이 지역 1인당 가계부채는 1억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1억600만원과 1억300만원으로 1억원이 넘었다. 이어 대구(9900만원), 제주·인천(각 9700만원), 부산(9600만원), 울산(9500만원) 등도 1억원에 육박했다. 전남(7400만원), 강원·전북(각 7500만원), 충북(7600만원), 경북(7800만원) 등은 1인당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인당 빚이 10% 넘게 증가한 곳이 많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대구와 인천의 1인당 가계부채가 18.4% 증가했고, 부산(14.5%), 광주(10.8%), 서울(10.6%), 대전(10.3%) 등도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2019년 말 대비 9.1% 증가했다. 인천의 가계부채가 22.7% 증가했고, 경기(16.4%)와 대구(16.3%), 부산(13.1%), 광주(12.4%), 경북(11.1%) 등의 가계부채 증가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번 분석은 예금취급기관 외에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비예금취급기관의 대출 및 신용판매(할부·리스 등)도 포함해 진행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가계빚 규모는 소득의 두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을 살펴보면 1분기 말 기준 전국 평균이 227%였다. 시도별로는 세종이 268%로 가장 높았고, 제주(258%), 대구·경기(각 254%), 인천(253%), 부산(250%), 서울(247%), 울산(226%), 광주(224%), 충남(218%) 등의 순이었다.
소득수준별로는 1분기 말 현재 소득 상위 30%인 고소득층의 1인당 가계부채가 1억2800만원이었고, 중소득층(소득 상위 30∼70%)은 6300만원, 저소득층(소득 상위 70∼100%)은 56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역시 저소득층의 증가율이 15.7%로 중소득층(8.1%)과 고소득층(7.8%)보다 두배 가량 많이 증가했다.
이같은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는 우선 2020∼2021년 저금리 기조하에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기대로 차입을 통한 투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른 데다,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기대 등으로 가계부채가 재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분기 101.5%로 집계됐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곳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원래 103.4%로 알려졌던 것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이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출로 잡히던 것이 빠진 영향이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부채 축소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연구에 따르면 성장과 금융안정에 제약이 되지 않는 가계부채 비율 수준은 80% 이하다. 한국은 부채비율을 21%포인트 이상 줄여야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민간소비 증가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이 총재도 "위기를 겪지 않고 디레버리징을 한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인정했다. 특히 대규모 부채 축소를 한 사례는 대부분 가계부채가 아닌 기업부채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가계부채를 축소한)다른 좋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 가야한다"고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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