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 모셔와라"…韓 소비재에 빠진 日

입력 2023-08-30 17:54   수정 2023-08-31 01:52

일본의 대형 의류 유통업체로 전국에 매장 2162개(2021년 말 기준)를 운영 중인 시마무라. ‘시마무라’ ‘아베일’ ‘버스데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일본 2위 기업(1위는 유니클로)이다. 이런 시마무라가 지난 6월부터 매달 바이어 4명을 한국에 파견하고 있다. 40대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이 팀이 받은 특명은 “K브랜드를 발굴하라”는 것.

이런 움직임은 패션, 화장품, 식품 등 한국 소비재의 일본 내 인기가 역대 어느 때보다 뜨거움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유통사를 찾아 가까스로 입점을 성사하는 게 아니라 이토요카도 등 굴지의 유통업체, 미쓰비시, 이토추 같은 종합상사들이 K브랜드를 ‘모셔가려는’ 게 특징이다.
○日 유수 기업들 러브콜

30일 국내 패션 e커머스 하고하우스 관계자는 “일본의 한 대형 종합상사로부터 우리가 소유하거나 투자한 패션 브랜드 ‘마뗑킴’ ‘드파운드’의 일본 판권만이라도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콧대 높은 일본 상사가 먼저 찾은 것도 놀라운데, 판권만이라도 사겠다는 제안을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상사·유통업체가 일본에서 팔 K브랜드를 직접 찾아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국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일본 무역 전문업체 JUMBO-K의 김성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몇몇 한국 브랜드가 도쿄 등 대도시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본 대기업들이 직접 K브랜드 발굴에 나서는 건 사실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 ‘K소비재 열풍’은 여러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수입 화장품을 국가별로 따져본 결과 한국이 30년간 독주한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열도 구석구석 퍼져
일본의 소비재 시장은 그동안 난공불락이나 다름없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기업들도 수십 년간 어려움을 겪은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사정이 확 바뀌었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같은 K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타고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1020세대부터 퍼지기 시작한 ‘한국은 핫한 나라’란 인식이 전 세대에 확산했다는 게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소비재의 인기는 일본 e커머스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 상품에 강점을 가진 큐텐재팬은 올해 아마존재팬, 라쿠텐에 이어 3위권으로 올라섰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5위권으로 분류됐다.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 일본의 지방 구석구석에까지 한국 상품이 파고들고 있다. 일본 유통업계 관계자는 “홋카이도의 산골 편의점에까지 소주 등 한국 상품이 퍼졌다”며 “도쿄 도심의 뽑기(가차가차) 상품은 K팝 아이돌의 굿즈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대(對)일본 소주 수출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2.4%, 27.2%에 달했다.

매운맛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삼양라면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가 이온 매장에 등장할 정도다. 삼양식품 일본 법인의 매출은 2020년 82억원에서 지난해 208억원으로 2.5배로 불어났다. 이 기세는 올해도 이어져 상반기 매출(116억원)이 35.5% 증가했다.
○“복잡한 유통 단계 이해해야”
일본 내 K소비재의 인기가 장기 대세로 굳어질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에 대해선 관련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세론자들은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K브랜드 발굴에 먼저 뛰어든 데 주목한다. 굴지의 일본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성수동에 들러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열광하는 걸 보고 ‘K소비재를 안 팔 수가 없겠구나’란 생각을 너도나도 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패션 등 일부 업종은 현지 대형 유통망에 제대로 올라탄 곳이 아직 없다는 점에서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성일 대표는 “수입상→2차 벤더→1차 벤더→유통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일본 유통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박동휘/양지윤/한경제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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