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암호화폐 투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안이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5월 논란이 제기된 이후 넉 달 만이다. 소위에선 민주당 의원 전원이 제명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이 여론을 외면한 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이양수 소위원장은 회의 뒤 “김 의원 제명안은 부결로 끝났고 더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이 부결로 처리돼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제출할 수 없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소위에서 김 의원 제명안을 다시 다룰 수 없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징계 수위를 낮춰 소위에서 논의하거나 소위를 건너뛰어 윤리특위 전체회의에 제명안을 다시 올리는 방안 등을 놓고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직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는 ‘30일 이내의 출석정지’다. 다만 하향 조정한 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상정을 거부하면 징계 자체가 장기간 표류하며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선 불출마 선언 이후 ‘제명은 과하다’는 동정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명계 의원은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나 보유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는 입법 공백 상황이었다”며 “도덕적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제명까진 과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와도 제명안 부결을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송 의원은 “대부분 의원과 상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민주당으로선 여당과 여론의 반발 등 정치적 후폭풍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당내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표결 전 SNS에 “민주당이 제명 대신 ‘30일 출석 정지’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정신 못 차린 민주당의 민낯”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제명 무산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반발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전날 1박2일 워크숍을 마치고 약속한 ‘자기개혁’을 언급하며 “(결의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스스로 그 약속을 처참히 밟아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국민적 분노는 김 의원을 넘어 또다시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배신의 길을 선택한 민주당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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