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 및 인적 쇄신, 일본에 대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의 요구를 내걸면서다. 갑작스러운 행보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사법 리스크로 흔들리는 리더십을 고려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갑작스러운 단식에 들어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저녁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갑자기 단식을 통보했다”며 “거의 모든 최고위원이 만류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재명 퇴진론’과 침체된 지지율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진한 당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이 대표는 “대선에서 진 야당이 집권 세력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사례가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당내 퇴진론에 대해선 “지금도 지지자와 당원들은 압도적으로 현 체제를 지지한다”며 일축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단식을 통해 ‘핍박받는 투사’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통상 여대야소 상황에서 나타난다. 2009년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에는 여당이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했다. 모두 소수당 대표가 원내 사안을 두고 진행한 투쟁이다. 이 대표의 단식은 사실상 입법권을 장악한 국회 다수당 대표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요구사항들은 원내 협상 대상이 아니라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속한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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