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사업' 정리에 분주한 석유화학 업계

입력 2023-09-04 16:18   수정 2023-09-04 16:19

LG화학,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잇따라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수요 감소에 중국 기업의 증설 러시가 겹치며 ‘알짜 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한계 사업’으로 전락해서다. 이들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 또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소재 등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T용 필름공장 잇따라 폐쇄
석유화학 기업들이 ‘한계 사업’으로 여기는 대표적인 제품이 IT(정보기술) 소재용 필름이다. 국내 1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은 디스플레이용 필름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IT용 필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사업의 매출 규모는 연간 수천억원으로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다. 하지만 가전업체 등 수요처가 안정적인 사업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며 필름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정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효성화학은 9월 25일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 대전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차단성과 강도가 우수해 생활용품 포장재로 쓰였으나, 최근 수요 부진으로 공장을 닫게 됐다. 회사는 대전공장의 부품과 장비를 구미공장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와중에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이기지 못해 생산량을 축소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나일론 필름 분야 선두인 효성화학의 공장 폐쇄는 필름 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SKC는 지난해 선제적으로 필름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했다. 국내 최초로 필름을 개발하는 등 기업을 일구는 모태 사업이었지만, 성장이 정체된 데 따라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전반적인 사업 재편 바람
필름사업만 정리 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사업 전반에 걸쳐 저수익 사업에 대한 재편에 가장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회사가 지난 6월 임직원에게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 개혁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이후다. 이메일엔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트레이딩 애셋화(지분 매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할 것이며,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LG화학은 석유화학 핵심 설비인 여수공장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직원을 전환 배치하고, 인수 희망 기업을 찾고 있다. 나프타설비는 석유화학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대산공장에선 지난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철거에 들어가 올 5월 작업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은 우선 해외에서 비(非)핵심 자산 매각에 열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중국 자싱시에 있는 롯데삼강케미칼을 합작 파트너인 삼강화공유한공사에 매각했다. 롯데삼강케미칼은 계면활성제, 부동액,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에틸렌옥시드(EO)를 생산해왔다. 현지 화학기업이 경쟁력으로 설비를 늘리며 EO 판매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회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법인도 구조조정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엔 파키스탄에 있는 테레프탈산(PTA) 생산 공장을 약 1900억원에 매각했다. 폴란드에 있는 판매 법인도 청산해 독일 판매 법인으로 역할을 이관했다.
○배터리 소재·스페셜티 열풍
LG화학은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미래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이 중심이다. 이 가운데 배터리 소재 매출은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양극재 대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데 글로벌 기업 판매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SKC도 필름 사업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배터리 소재인 동박에 투자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다른 화학 기업들도 범용성 제품이 아닌 스페셜티 제품 생산 및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대규모 증설을 마친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이 범용성 제품 생산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며 “석유화학 업황이 내년까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많아 기업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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