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에 수명 다한 '이재명표 복지'

입력 2023-09-04 18:54   수정 2023-09-13 16:4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지 실험’으로 불리는 ‘경기 청년기본소득’ 사업이 그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에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이 대표는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으로 불린 청년기본소득과 학생 교복비 지원, 산후조리비 지원 등 3대 보편복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 중 최초로 추진했다. 지역화폐와 함께 이 대표를 ‘전국구 정치인’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 복지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후 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중 교복비(30만원) 및 산후조리비(50만원)는 공감을 얻으며 전국 지자체로 확산했고, 청년기본소득은 지난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여러 정치 주자 간 ‘기본소득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기본소득 사업은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들에 ‘계륵’으로 전락했다.
발상지에서 내년부터 ‘완전 폐지’
4일 성남시에 따르면 신상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선 이후부터 청년기본소득 폐지를 추진해왔다. 소득과 재산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4세가 된 모든 청년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청년 일자리 확충과 창업 지원 등에 재원을 투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 청년기본소득은 ‘자기 계발’(11%)보다는 ‘식료품 구매’(73%)에 주로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시장은 “올해부터 자격증 취득 응시료와 수강료를 1인당 1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특정 연령층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청년의 실질적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의 계획은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청년기본소득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올해까지는 경기도에 관련 예산을 달라고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사업이 없어진다.

도 차원에서 조만간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폐지할 가능성도 높다. 성남시의회의 청년기본소득 폐지 조례안 통과에 대해 도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재정전문가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선 이후 “‘김동연식 기회소득’과 ‘(이 대표의) 기본소득’은 다르다”고 꾸준히 밝혀왔다. 이 대표 시절 도가 만든 농민·농촌기본소득 등의 사업을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장애인·라이더 기회소득 사업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도는 최근 청년기본소득 폐지 의사를 밝힌 성남시를 제외한 나머지 30개 시·군에 내년도 사업을 지속할지 묻는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세우기 위한 기초적 조사로, 정해진 계획대로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현재 방침”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세수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는 게 사업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다. 올해 지방세는 당초 세운 예산안보다 1조9000억원가량 덜 걷힐 전망이다. 광역지자체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도는 연말까지 31개 시·군에 내려보낼 일반조정교부금도 5조764억원에서 4조3324억원으로 7439억원 줄이기로 했다. 지자체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지자체 단위에서 기본소득 불가능”
만 24세만 콕 찍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경기 청년기본소득은 시작부터 비판이 많았다. 왜 24세가 대상인지 설명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지급이 시작된 뒤에도 도 공무원과 교사 등 취약계층이 아닌 사람들도 수혜 대상자가 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기본소득은 애초에 지자체 단위에서 펼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금을 특정 지자체, 특정 계층에 몰아주는 효과 때문이다. 한 행정학과 교수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가운데 특정 지역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다른 지역은 지급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는 사람과 혜택을 받는 사람 간의 괴리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자체들이 ‘내년 폐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이미 시행 중인 복지 사업을 취소하는 것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성남시는 최근 엄청난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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