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글로벌 신약 도전하는 렉라자…얀센과 병용 임상시험 순항

입력 2023-09-12 16:00   수정 2023-09-12 16:01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물질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내 폐암 1차 치료제 시판 허가에 이어 건강보험 시장 진입을 위한 관문을 순조롭게 통과하면서다.
○1차 치료제 시장 확대 본격화
렉라자는 올해 6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쓸 수 있는 약으로 변경 허가를 받았다. 이전에는 다른 약을 쓴 뒤에만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환자들이 첫 진료부터 이 약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은 관문은 건강보험 시장진입이다. 지난달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통해 렉라자를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쓰도록 급여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과학적 역량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약제로 개발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과 긍정적인 의학적 평가를 받아온 혁신적인 신약”이라고 했다. 그는 “1차 치료제로 더 많은 환자에게 고품질의 의약품 치료 기회를 더 빨리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렉라자는 1차 치료제 허가 확대 근거가 된 단독 3상 임상(LASER301) 시험을 통해 기존 치료제 대비 뛰어난 항암효과를 보였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에서 구두 발표하고 올해 6월 암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임상종양학회(JCO)에 실리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해당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였던 무진행 생존기간(PFS)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20.6개월, 게피티니브(제품명 이레사정) 투여군은 9.7개월로 조사됐다. 세계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 1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 등 아시아인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40% 정도가 EGFR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정신 계승 ‘무상공급 프로그램’ 가동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변경 허가를 받은 뒤 곧 렉라자 1차 치료제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가동했다. 고(故) 유일한 창업자의 정신을 계승해 환자들이 질병에 대한 부담을 덜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EAP는 전문의약품이 시판 허가된 뒤 진료 현장에서 처방될 때까지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유한양행의 EAP는 각 의료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 검토 및 승인을 받고 담당 주치의의 엄밀한 평가와 대상 환자의 자발적인 동의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임효영 유한양행 의학임상본부 부사장은 “유일한 창업자의 정신은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라는 숭고한 뜻에 있다”며 “렉라자 1차 치료제 EAP는 의료기관과 환자에 제한 없이 대규모로 시행하는 만큼 많은 환자가 비용 부담 없이 치료를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글로벌 표준치료제 도전장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의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과 글로벌 병용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기술을 수출한 것은 2018년 11월이다. 이후 글로벌 표준치료제로 자리잡기 위한 얀센의 병용임상시험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얀센은 EGFR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에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백금기반 항암요법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 임상연구 마리포사(MARIPOSA)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렉라자가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기 위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얀센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을 2025년까지 연 매출 50억 달러(약 7조원) 이상을 달성할 5대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있다. 얀센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약물이라는 의미다.

렉라자는 유한양행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결실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했다. 이 약을 도입하던 당시엔 동물실험도 마치지 않은 전임상 직전 초기 개발 단계 물질이었다. 이후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시험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 등을 진행해 가치를 높였고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폐암치료제로 승인 받으면서 31호 국산신약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렉라자를 상업용 신약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유한양행은 단독으로 글로벌 3상까지 진행한 경험을 쌓는 등 세계 시장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임상 역량을 갖추게 됐다. 렉라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을 물론 중개연구에 대한 역량까지 크게 높인 것이다. 렉라자에 이은 후속 글로벌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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