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 쓰러졌던 삼양식품 '3대 부활 원동력'은…

입력 2023-09-14 18:41   수정 2023-09-21 17:13


“하늘이 도왔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61년 창업해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삼양라면)을 내놓은 삼양식품의 역사는 드라마같이 굴곡지다. 1989년 발생한 우지 파동과 화의를 거치면서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생존이 불투명했다. 지금은 전 세계에 ‘불닭 마니아’를 거느린 ‘핫’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흑역사 떨치고 매출 1조원
삼양라운드스퀘어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제2공장 건설을 통해 불닭브랜드를 매출1조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내부에서 “창업 후 절반 이상이 흑역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부활의 일등공신인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6년 이 회사 매출은 3593억원에 불과했다.

삼양식품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198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우지(소기름) 파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건은 1989년 11월 검찰에 날아든 의문의 투서에서 시작됐다. 해외에서 멀쩡히 사용되는 2·3등급 정제 우지가 한순간에 ‘공업용 우지’로 둔갑했다. 삼양식품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전체 4분의 1에 달하는 1000명의 직원이 썰물처럼 떠나갔다. 결국 199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미 영업 기반이 궤멸한 뒤였다. ‘가짜뉴스’로 회사가 무너진 건 한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가 이어져 1998년부터 7년간 화의 절차를 밟았다.
○고비 때 찾아온 부활의 모멘텀
회생의 기회를 잡은 건 2010년대 들어서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이 2014~2015년 유튜브 등을 통해 잇달아 소개된 게 ‘불닭 신화’의 시발점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의도치 않게 홍보대사가 돼 줬고 외국인들이 SNS에서 ‘불닭 챌린지’를 퍼뜨렸다.

24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경남 밀양에 30년 만에 신공장을 준공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밀양공장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K라면’ 수요에 맞춰 제때 공급을 확대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환율도 도왔다. 삼양식품은 해외에 생산 설비를 갖춘 다른 라면 업체와 달리 해외 매출이 모두 수출로 발생한다. 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렇다고 삼양식품의 성공을 100% 운으로 보는 건 오산이란 게 식품업계의 시각이다.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세계 모든 지역의 고추를 혼합해 맛봐야 했던 연구원들은 위장약을 복용하기 일쑤였다. 김 부회장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의 판로를 뚫기 위해 1년의 절반 가까이 해외에 머물렀다.

삼양식품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과제는 있다. 불닭볶음면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놨지만, 아직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굴곡진 역사 탓에 직원들의 물갈이가 많았고, 최근에는 외부 수혈이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 앞으로 나아가는 게 큰 숙제”라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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