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경고 없이 친 골프공에 맞았는데…법원 판결로 '반전'

입력 2023-09-14 09:38   수정 2023-09-14 10:31


골프 경기 도중 뒤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뇌진탕 진단을 받을 정도로 다쳤다면 가해자의 책임을 80%까지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에서는 가해자의 책임을 60%로 제한해 왔지만, 스윙한 가해자가 '경고음'을 내지 않은 등의 과실이 있는 점이 참작됐다는 설명이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 김정도 판사는 골프장에서 타구에 맞은 경기보조원(캐디) A씨가 동료 캐디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410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경북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A씨는 2020년 6월 동료 캐디 3명과 함께 근무지 인근의 다른 골프장에서 골프 경기를 가졌다. 이들 일행 4명은 모두 초보 수준이었고 동료 B씨에게는 이날이 두 번째 골프장 라운딩이었다.

B씨는 경기 초반 공이 벙커에 빠지자 다섯 번이나 스윙했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앞 팀이 이미 홀을 빠져나갔고 후속 팀은 뒤쪽 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A씨와 캐디는 B씨에게 "공을 집어 카트를 타고 그린 앞 어프로치를 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자"고 제안했고 B씨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A씨는 40미터 앞에 있던 카트에 도착해 B를 기다리던 중 B씨가 친 공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B가 카트를 타고 이동하지 않고 벙커 밖 페어웨이에서 그대로 스윙을 한 것이다.

병원은 두개골 골절은 없지만, 뇌진탕에 해당한다는 '열린 두 개 내 상처가 없는 뇌진탕' 진단을 내놨다.

사고 경위와 관련해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A씨는 "B씨가 약속을 어기고 벙커에서 꺼낸 공을 올려놓고 쳤다"며 "전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볼!'이라고 외치는 등의 사전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캐디 경력이 10년 이상인 A씨가 타구자의 전방에 있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맞섰다.

1년간 갈등 끝에 결국 A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결국 지난해 과실치상으로 기소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민사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B씨와 B씨의 손해보험사는 "서울중앙지법이 2015년, 2017년에 내놓았던 판결 2건을 살펴보면 타구 사고 가해자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피해자의 과실을 40%로 인정했다"며 손해배상액을 180만원으로 제시했다.

A씨의 대리를 맡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유현경 변호사는 이전 판결과 이번 사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유 변호사는 "보험사가 예시를 든 과거 판례는 피해자가 일행의 티샷 전에 앞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간 잘못(과실)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사고는 A씨를 비롯한 일행 4명이 전방에 있는데도 아무런 경고음도 내지 않고 골프공을 쳤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건 경위 등을 고려해 A씨의 과실을 20%로 인정하고, B씨에 대해서는 A씨에게 35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현경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서 골프장 타구 사고 피해자의 과실이 40%로 인정된 사례가 있으나 사고 경위, 플레이어의 위치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과실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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