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입력 2023-09-15 18:47   수정 2023-09-16 01:01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장면이 공개됐다.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열 살 남짓의 여자아이로, 아버지를 빼다 박은 통통한 모습이었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북한 ‘4대 세습’의 유력한 주인공으로 거론됐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연구기관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활동하는 이성윤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더 시스터>에서 북한 최초의 ‘여성 폭군’에 보다 강력한 후보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더 날씬하고 영리하며 위험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이야기다.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한 폐쇄적인 사회다. 이 교수는 북한의 공식 성명과 탈북자 증언, 공식 행사를 촬영한 영상자료를 모아 책을 펴냈다.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한 김여정의 전기(傳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북한의 유력 인사가 펼친 매력 공세에 당시 한국 사회는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치 왕실의 공주를 모시듯 김여정을 극진히 대했다.

독재자가 절대 군주처럼 군림해온 북한에서 김씨 일가는 그런 존재였다. 김정일 개인 일식 요리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김여정은 부모로부터 ‘여정 공주’라고 불리며 호의호식했다고 한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통념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은 어른들을 대할 때 반말로 부르도록 교육받았다.

김여정은 선전·선동에도 능하다. 냉소적인 익살이 섞인 가학적인 말투로 선동전을 펼친다. 한국 정부를 두고 “천치바보” “멍텅구리”라며 “인간 자체가 싫다”고 쏘아붙인다. 탈북자는 “인간쓰레기” “잡종 개”로 부르며 힐난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각종 혐오 표현을 가리지 않는 막말을 두고 저자는 “김여정의 성격과 야망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말한다.

그는 김씨 일가의 잔혹성을 물려받았다. 그는 자기 신경을 건드리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고위급 간부들을 처형했고, 희생자의 가족을 수용소에 넣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등 뒤에서 김여정은 ‘피에 굶주린 악마’ 혹은 ‘악녀’로 통한다”며 “청나라 말기 중국을 휘어잡은 서태후와 비견되곤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김여정을 ‘왕족’ ‘거만한 공주’ ‘공동 독재자’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부른다. 하지만 김여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책의 부제에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책을 끝까지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리=안시욱 기자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멜라니 커크패트릭의 서평(2023년 9월 9일자) ‘The Sister Review: North Korea’s Sibling Dynasty’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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