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과 워홀 잇는 '발칙한 천재'…비결은 "눈 뜨자마자 메모하라"

입력 2023-09-18 18:35   수정 2023-09-19 00:32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기업 나이키를 두고 ‘브랜드가 형편없다’고 일갈한 남자, 그걸 들은 나이키가 운동화를 직접 디자인해 보라고 하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용 운동화를 제작한 예술가, 그리고 그 운동화를 ‘마스 야드’라는 인기 스니커즈로 만든 천재 디자이너.

미국 현대예술가 톰 삭스(57·사진)의 얘기다. 그는 ‘뒤샹과 워홀의 뒤를 잇는 예술가’로 불릴 만큼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단두대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상징인 샤넬 로고를 새긴 ‘샤넬 단두대’, 헬로키티로 분장한 예수와 마돈나 복장을 한 성모 마리아 등 발칙하고 재치있는 작품들이 그의 시그니처다.

그가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주최한 문화·예술 페스티벌 ‘다빈치 모텔’의 강연자로서다. 삭스는 그가 20대 때 매료된 몬드리안의 작품으로 강연을 열었다. 그는 “몬드리안 작품을 사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직접 덕트 테이프로 몬드리안 작품을 재해석해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덕트 테이프와 합판으로 만든 우주선, 서투른 솜씨로 NASA 로고를 새긴 찻잔 세트 등 그가 손으로 만드는 작품은 어쩐지 엉성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부족함마저 인간다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이키와의 협업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직접 만들겠단 사람이 왜 나이키와 공산품을 만드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제품을 더 오래 쓰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마스 야드는 더럽고 헤질수록 빛나요. 사람들이 다 헤질 때까지 신발을 신으면 그만큼 사물에 자신의 인간성을 담아낼 수 있고, 추가 소비도 줄이며, 궁극적으론 지구를 보호할 수 있죠.”

삭스는 “지금 여기 있는 여러분 모두가 아티스트”라며 “말이 안 되고, 의미 없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해도 끝까지 해보면 결국 자신의 정성과 시간을 쏟음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예술적 영감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도 공유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집어들잖아요. 밤새 꾼 꿈이나 무의식을 ‘출력’할 시간도 없이 ‘입력’만 하는 거죠. 1주일간만이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보기 전 옆에 메모지를 집어 들어 보세요. 글이든, 그림이든, 무의미한 낙서든 ‘출력’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쌓이면 어느새 당신은 창의적인 아티스트가 돼 있을 거예요.”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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