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는 日이 90% 장악…공급 끊으면 삼성도 TSMC도 멈춘다

입력 2023-09-19 18:25   수정 2023-09-20 18:09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매출 점유율은 9%(2021년 미국반도체산업협회 기준)에 그친다. 미국(46%)은 물론 한국(19%)보다도 작다. 그럼에도 일본은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동맹’의 가장 중요한 국가로 꼽힌다. 일본이 지닌 반도체 소재 분야의 압도적인 경쟁력 때문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엔 슬러리, 황산, 염산, 이소프로필알코올 등 500여 가지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포토, 에칭(식각), 증착 등 개별 공정에 특화한 화합물이 수십 년 넘게 쓰이다 보니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게 반도체 기업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도체 소재의 핵심 공급망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 글로벌 반도체산업이 마비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가 대표적이다. 포토레지스트를 웨이퍼 위에 바르면 EUV 빛이 닿은 부분이 반응하면서 회로 모양으로 변하는 원리다. 대체 소재가 없어 포토레지스트 공급이 끊기면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최첨단 공장을 돌릴 수 없다.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을 JSR, 스미토모화학, 도쿄오카공업 등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조미료로 유명한 화학기업 아지노모토는 마이크로 절연필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은 반도체 고온접착제로 쓰이는 폴리이미드의 90%, 불순물을 제거하는 고순도불화수소의 70%를 생산한다.

일본도 중국처럼 반도체 소재에 대한 ‘전략무기화’에 나섰다. 2019년 한국을 대상으로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해 실력행사를 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은 2019년 7월 징용공 배상과 관련해 한국과의 갈등이 심화하자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당시 중국·유럽 기업으로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지만 일본산 대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들이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나섰지만 지금도 “순도가 높은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핵심 소재 기업을 국유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닛케이는 일본 국부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반도체 소재 기업 JSR을 1조엔(약 9조1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보도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핵심 반도체 소재 분야를 정부가 직접 육성하고 전략 물자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부터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일본이 결국 반도체 화학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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