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3개월간 36% 급등…"유가 향방 중국 수요에 달렸다"

입력 2023-09-19 18:35   수정 2023-09-20 01:23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발표 이후 유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요동치고 있다. 2020년 주요국의 ‘셧다운’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고,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유가 상승세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과 맞물리며 글로벌 경기에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줄어들지 않는 수요, 중국이 관건
올해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급상승한 이유는 이달 들어 사우디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하루 130만 배럴 감산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중국 경기가 정부의 부양 노력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브라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렸지만 전체적인 공급 감소를 막지 못했다. 중국의 항공유 사용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어 향후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유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최근까지 승용차와 화물차 등에 쓰는 경유·휘발유와 여객기에 사용하는 항공유 등 유류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원유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앞지르는 백워데이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이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수요는 올해 하루 평균 1억180만 배럴로 지난해 하루 9990만 배럴보다 2%가량 늘어 역대 최대를 나타낼 전망이다. 항공유 경유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8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과 인도, 한국 등의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수출을 위해 공장 설비를 대폭 가동하고 있다. 유가가 올랐음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것은 기업과 개인이 대폭 오른 물가에 적응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작년에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면서 각종 생활물가를 밀어올렸다.
미 전략비축유 40년 만의 최저
유럽과 한·중·일 등 에너지 수입 국가들이 산유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유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에서조차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5월 이후 미국 내 경유 소매가격은 40% 이상 상승했다.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비축유 보유량은 3억5000만 배럴가량으로 4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미 의회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담합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노펙’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사우디 등 산유국들뿐만 아니라 미국 석유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제재를 시행한 결과 큰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초래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석유 재고 역시 한 달 사이 7630만 배럴 감소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가장 많은 2080만 배럴의 원유 재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가 오름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OPEC 내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이 생산을 늘리고 있고, 가이아나 등 신흥 산유국 유전에서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다. 분석업체 세밥의 한 분석가는 블룸버그TV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120달러까지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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