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지배구조 모범 보여준 KB금융

입력 2023-09-20 17:52   수정 2023-09-21 00:33

오는 11월 21일부터 3년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내정됐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내부 출신이 회장에 선임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양 내정자는 1989년 주택은행에 들어와 35년간 줄곧 KB금융에서 일했다.

두 달 동안의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이 그동안 금융권에서 자주 벌어진 ‘관치·낙하산·정보 유출’ 논란 없이 마무리돼 눈길을 끌었다. 우선 후보 선정 때부터 관료 출신과 정치권을 등에 업은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최종 후보 3명 중 양 내정자와 허인 부회장은 내부 인사다. 허 부회장은 1998년 국민은행과 합병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유일한 외부 인사인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HD)은행 회장은 하나금융에만 30년 넘게 몸담았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후보 선정 방식과 평가 기준 등 회장 선임 과정 전반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윤종규 회장도 일찌감치 4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회추위가 ‘외풍’ 없이 독립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KB금융 회장 인선을 놓고 금융권에선 뚜렷한 주인이 없는 국내 금융지주에서도 투명한 경영 승계가 이뤄질 기틀이 마련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금융당국도 “외적인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경영 승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KB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이례적으로 조용하게 끝난 데에는 윤 회장과 KB금융 이사회가 공들여 구축한 지배구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사외이사와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2016년 7월 마련한 경영승계 규정 등에 따라 차기 회장 내외부 후보자군을 매해 반기별로 관리했다.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 등 10명 안팎의 내부 후보자군을 뽑은 뒤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해서 관리·교육했다. 이들은 1년에 최소 두 차례 이상 이사회에 특정 경영 현안을 발표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외부 인사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선별한 후 반기별로 상시 관리한다.

회추위를 구성하고 회장 후보를 뽑는 사외이사 선임 방식도 뜯어고쳤다. 당초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부터 평가와 임명을 도맡았다가 2015년부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주주와 외부기관에 맡겼다. 사추위는 평가와 임명을 담당하도록 했다. 사외이사를 둘러싼 ‘셀프 추천’ ‘셀프 연임’ 논란을 없앤 것이다. 2018년 2월부터는 사추위에서 대표이사(회장)를 제외하고 사외이사로만 사추위를 구성했다. 사외이사 후보 풀 구성부터 추천, 평가에 이르기까지 경영진의 개입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회추위를 꾸려 회장과 회추위가 결탁할 가능성을 없앴다.

최근 ‘K팝’ ‘K푸드’ ‘K반도체’ 등 한국이 주도하는 분야에서 많은 수식어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K금융’이란 말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시장에선 국내 금융산업이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지 않도록 KB금융이 선봉에 서길 바라고 있다. KB금융의 차기 수장이 된 양 내정자가 주주와 이사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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