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이 대표적이다. 폐암은 20년 전만 해도 한번 진단받으면 8개월 안에 대부분 사망하는 질병이었다. 하지만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같은 비소세포폐암 바이오마커가 발굴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약이 개발되면서 환자 생존 기간은 30개월로 늘어났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이미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기본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전체 분석에 강점을 지닌 진단 기업과 협업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반진단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도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4년 일찌감치 신약 개발과 동반진단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내린 첫 동반진단 모델이 지난 6월 나왔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HLB파나진의 폐암진단키트 ‘파나뮤타이퍼 R EGFR’이 그 주인공이다. HLB파나진 관계자는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동반진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바이오마커 특허 출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6일 통계청의 ‘4차 산업혁명 기술분야 특허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바이오마커 특허 출원 건수는 2015년 443건에서 2021년 785건, 지난해 747건으로 68%가량 증가했다.
항암제뿐 아니라 심장질환, 피부질환 등에서도 바이오마커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출원한 바이오마커 특허 중 40%가량은 암을 제외한 질병의 진단, 예후예측,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바이오마커인 것으로 분석됐다.
샤페론은 세계 최초로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자체 발굴해 지난해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아토피 치료제 ‘누겔’은 이달 FDA로부터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바디텍메드는 독일 바이오마커 전문기업과 손잡고 급성신장손상을 측정하는 바이오마커 도입 계약을 맺었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신약 개발 속도에 맞춰 더 많은 바이오마커가 개발되게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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