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떠난 LG생활건강, 달라진 M&A 기조

입력 2023-10-04 07:41  

이 기사는 10월 04일 07: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이 추석 직전 인수합병(M&A) 소식을 알렸다. 20여년간 굵직한 M&A로 회사 성장을 이끌었던 차석용 전 부회장이 작년 11월 퇴사한 후 처음이다. LG생활건강은 새롭게 조직을 꾸려 M&A 기조에 변화를 줬다. 키워드는 '탈중국' '색조' 'MZ세대'로 요약된다. 작년 18년 만에 찾아온 역성장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다.
1년3개월 만 M&A 재개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오는 10일 국내 화장품 기업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한다. 기업가치는 566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매출(217억원)에 2.6배를 매겨 책정한 값이다. 4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인수 협상을 벌였다가 투자 조건 조율에 실패하면서 한 차례 무산됐다가 극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인수 자문사인 딜로이트안진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생활건강은 비바웨이브 창업자인 허재석 대표 보유지분 39% 가운데 14%를 인수하고, 나머지 CJ올리브영(약 10%) 스마일게이트 투자조합(10.89%) 등 기타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잔여 지분 25%도 2026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취득할 계획이다. 인수가격은 이번에 책정된 매출 배수에 영업이익률 구간에 따른 차등 부과를 더해 멀티플을 매기기로 별도의 주주간계약(SHA)을 맺었다. 회사가 예측한 매출 성장치에 따른 예상 기업가치는 1500억원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M&A는 지난해 6월 더크렘샵 인수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과거와 달리 차석용 전 부회장 용퇴 이후 잠잠했다. 차 전 부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1985년 미국 생활용품 기업 P&G에 입사해 14년 만에 한국P&G 총괄사장에 올랐고 2001년엔 해태제과 대표이사로 있었다. 이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에 의해 스카우트 돼 2005년부터 사장을 맡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다.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에버라이프 등을 인수하면서 'M&A 귀재' '차석용 매직'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18년 만 역성장에…M&A 기조도 탈바꿈

2005년 이후 이어왔던 차석용 매직은 지난해 끝났다. 매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이익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엔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22.5% 줄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과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는 게 회사의 진단이었다. 잇단 부침에 지난 6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LG그룹 계열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이정애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기존의 M&A 및 IR부문을 해체하고 전략부문을 신설해 힘을 싣고 있다. 젊은 신규 임원 중심으로 새로 조직을 짰다.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젊은 신규 임원을 주로 내세웠다. 실무는 전략부문장으로 신규 선임된 하주열 상무가 주축이다. 1977년생인 하 상무는 2011년 LG생활건강 이자녹스 화장품마케팅, 2012년부터 ㈜LG 화학팀에서 근무했다.

M&A 기조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 시절엔 주로 중저가 기초 화장품 브랜드 중심으로 대형 딜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다양한 가격대의 색조 브랜드로 시선이 옮겨왔다.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타깃하기 위해서다. 비바웨이브의 허 대표가 향후 3년간 LG생건에서 색조 브랜드에 대한 내부 어드바이저리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탈중국'이다. LG생활건강은 '높은 중국 매출 의존도'를 역성장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궈차오(애국 소비주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 대신 북미와 일본 시장을 타깃해 매출 비중을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번에 인수한 비바웨이브는 일본 색조 시장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회사다. 매출의 절반이 일본에서 나온다. 색조 브랜드 '힌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추가 M&A도 예고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비바웨이브 브랜드 '힌스'를 시작으로 국내외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추가 M&A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리브영 등 H&B(헬스앤뷰티) 채널에서 인기를 끄는 인디 브랜드들이 인수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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