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금융시장을 정책적으로 키워 경제의 주춧돌로 삼았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혁신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몰려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이런 과정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내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발달했다. 투자 소득이 다시 자본시장에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2005년 시가총액 5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3조4000억원으로 18년 동안 약 18배 증가했다. 연평균 19%씩 성장한 셈이다. 싱가포르 리츠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한국 리츠는 여전히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그친다.
리츠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자산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금 혜택과 국부펀드 지원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리츠시장을 키웠다. 2005년 싱가포르 국적 개인·법인투자자, 해외 개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리츠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면제했다. 리츠를 상장하거나 상장 리츠에 편입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 내야 하는 세금도 없앴다.
조시 누푸르 싱가포르리츠협회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노후 대비 상품을 위해 정책적으로 리츠를 지원했다”며 “그 결과 은퇴 후 삶을 위해 리츠에 투자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엔 젊은 세대도 분산 투자 목적으로 리츠를 담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자문사 엔도어스가 설문 조사한 ‘2023 자산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싱가포르 국민 중 38%가 리츠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73%), 예금(49%), 채권(46%)에 이어 네 번째로 투자 비중이 높은 자산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엔 CPF 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도 개선했다. 가입자들이 CPF에 예치한 본인의 연금 자산을 자문사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투자 자문을 하고 있는 디지털 자문업체 엔도어스는 현재 10억싱가포르달러(약 9800억원) 연금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