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A씨가 작년 8월 중국의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 생산업체 B사에 취업하면서 불거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A씨는 디스플레이와 무관해 보이는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이라며 지난 3월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 측은 “B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업체가 아니다”고 맞섰다.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전직 금지 가처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B사는 소속 직원 일곱 명에 자본금이 1000만위안(약 19억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라며 “A씨의 경력과 급여 수준 등을 고려하면 B사에 진정으로 취업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국내 인력 유출을 저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 연구원 C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도 5월 받아들였다. 삼성전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C씨는 메모리 반도체(DRAM) 설계 업무를 맡아 수석연구원 직책까지 올랐는데 퇴사 3개월 만에 마이크론에 입사했다.
재판부는 “반도체 분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더라도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라고 볼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여론에 최근 대법원에서는 장기간 법정 공방을 이어온 기술 유출 사건의 실형 선고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6월 대법원은 중국 기업에 LCD(액정표시장치)용 기판 유리 제조에 관한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은 전 코닝 정밀소재 직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6년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항소 끝에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법원도 기술 유출을 엄단하는 추세다. 8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 법원은 내년 3월 강화된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이재승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만큼 우회 업체를 이용한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최근의 법원 판결 흐름이 양형 기준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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