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성지' 日 가마쿠라 갔다가…깜짝 놀란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10-05 06:47   수정 2023-10-05 06:58



일본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어디일까.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위는 도쿄였다. 일본인 관광객 9077만명, 외국인 관광객 1410만명 등 총 1억487만명이 도쿄를 찾았다. 2위는 오사카(6590만명), 3위는 도쿄디즈니랜드가 있는 지바현(5387만명)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단위 면적(1㎢ ) 당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도시는 어딜까. 답은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시다. 가마쿠라시의 면적은 39.53㎢로 서울 강남구와 거의 같다. 인구는 17만명으로 강남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작은 도시에 매년 인구의 100배가 넘는 200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1㎢ 당 관광객수(2015년 기준)가 57만3000명으로 교토시(6만9000명)의 열 배 가까이다.



한국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마쿠라는 '슬램덩크'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무대로 인기가 높다. 일본인들에게 가마쿠라는 자연, 역사, 문화, 요리, 최신 트랜드 등 모든 요소를 갖춘 '만능 관광지'다.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 150여년간 일본의 실질적인 수도였고, 현대 일본 서핑의 발상지다. 도쿄의 부유층들에게는 주말 별장지, 젊은이들에게는 주말 데이트 코스다.



8월 중순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일본에서 가장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시 가마쿠라에서 보냈다. 휴가철 가마쿠라는 지역 주민들이 안스러울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 교통수단인 명물 전차 '에노덴'은 관광객 차지였다. 해수욕장인 유이가하마 해변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바가지가 없다는 점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비치 파라솔부터 음료수 한 잔 가격까지 전부 정가제였다. 가게 입간판과 벽면에는 가격표가 착실히 붙어 있었다. 유이가하마 해수욕장 홈페이지에는 가게 위치 지도와 메뉴, 가격이 전부 표기돼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는 또 한 번 놀랐다. 225g에 2800엔(약 2만5316원) 하는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먹을 것 중에 2000엔, 마실 거 치고 1000엔 넘는 경우가 없었다. 비치 파라솔을 온종일 빌리는 가격이 1500엔이었다. 모든 가게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했다.



해변 식당 '파파야'는 6~8월 해수욕 시즌에만 장사하는 가게였다. 파파야의 중년 지배인은 "비치 테이블, 비치 파라솔, 물놀이 기구의 가격은 상가 조합에서 결정하고, 먹거리 가격만 가게마다 자율"이라고 말했다. '한 철 장사인데 가격을 더 올려 받는게 남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손님들이 다른 가게로 가버리잖아요"라고 답했다.



매년 여름철이면 한국의 일부 지역 축제와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 요금이 화제다. 이를 보도한 기사에는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를 가겠다'는 댓글로 넘친다. 주변에 일본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없는 걸 보면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댓글을 행동으로 옮긴 것 같다.

이런 흐름을 읽었는지 일본 관광산업도 '리피터율(재방문율)'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관광통계에도 '리피터율'이 주요 항목 가운데 하나로 빠지지 않는다. '한 철 장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찾고 싶은 곳'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2019년 3188만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이 가운데 일본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의 비율은 35.8%였다. 나머지 64.2%는 적어도 두 번 이상 일본을 방문한 경우였다. 심지어 '10번 이상', '20번 이상' 일본을 찾았다는 외국인도 8.5%와 6.8%에 달했다.



일본에서 가장 복닥거리지만 바가지가 없는 가마쿠라도 다시 찾는 관광객이 훨씬 더 많은 관광지다.가마쿠라를 처음 방문한 관광객은 15.7%인데 재방문자가 84.3%였다. 그렇게 인파에 시달리고서도 또다시 가마쿠라를 찾는다는 거다. 막오른 관광 한일전, 승자는?②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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