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최고의 저출산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입력 2023-10-05 17:37   수정 2023-10-06 00:10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저출산 극복 대책을 논하는 논문 경진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는 MZ세대로 제한했다. 심사위원도 MZ세대 위주로 꾸렸다. 저출산의 당사자인 MZ세대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MZ세대가 평가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접수된 논문은 109건이었다. MZ세대답게 ‘데이팅앱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라거나 ‘출산 장려 프로그램을 만들어 넷플릭스에 뿌려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기자가 가장 눈여겨본 논문은 한 대학생의 것이다. 김도경 학생의 논문엔 소득세 감면 정책이 들어 있었다. 헝가리에선 출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으로 혼인 건수가 2021년에 1년 전보다 40% 이상 늘었고, 출산도 7% 이상 증가했다고 근거를 댔다. 그는 격려상을 받았다.
일본의 반토막 출산율
지난 2분기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작년 0.78명이라며 망국의 위기처럼 호들갑을 떨었는데, 여기서 더 추락했다. 저출산으로 나라가 소멸 위기라고 난리 난 일본에서는 지난해 77만 명이 태어났다. 작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4명이다. 한국의 지난해 출생아는 24만9000명이고, 올해엔 20만 명도 아슬아슬하다. 일본과 한국의 인구 차이는 두 배인데, 출생아는 네 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 한국은 소멸이 아니라 ‘파멸’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저출산은 대한민국에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놀고 있던 건 아니다. 지난해까지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은 각 기관의 집계에 따라 280조~400조원을 왔다 갔다 한다. 지난해 핀란드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돈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나락으로 떨어지니 정부의 대책은 ‘변죽만 울리는 꼴’이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실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산모에게 택시비 10만원 지원, 출산지원상품권, 산후조리원비 100만원, 물티슈 기저귀 배달 등 자잘한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자잘한 지원책 정리해야
하지만 이를 반기는 산모나 가정은 많지 않다. 산모가 택시를 탈 경우도 적은 데다 정부가 100만원을 준다고 발표하자 산후조리원들은 바로 요금을 100만원 올렸다. 물티슈와 기저귀도 산모가 선호하는 제품이 따로 있다. 다른 지원금들도 받기 위해선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막상 서류를 힘들게 제출해도 월급에 따라 자격이 대부분 제한된다. 육아도 힘든 맞벌이 가정엔 이것도 일이다.

나라가 파멸할 위험이라면 김도경 학생의 주장처럼 소득세 면제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는 ‘독신세’를 신설한다는 비난에 머뭇거릴 수 있겠지만, 자녀에 대한 소득세 공제율을 높이면 된다. 지금처럼 세금만 좀먹는 자잘한 지원 예산은 정리해 모두 어린이집 건설과 유지에 돌리는 게 차라리 더 호응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집계하는 조(粗)출생률은 세종이 가장 높았고, 경기, 제주, 대전 순이었다. 낮은 쪽은 전북, 부산, 경남, 대구, 전남, 경북 등의 순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몰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뉜다. 저출산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실속 없는 지원책을 마련하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몰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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