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치치처럼 본업을 따로 가진 채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이들이 국내에도 적지 않다. 2018년 3대3 농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임채훈은 동아제약의 ‘박카스 영업맨’이었다.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선수로 뛰었다. 2020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배우 송재호는 1978년부터 취미로 시작한 사격에 열정을 쏟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까지 딴 선수이자 국제심판이었다. 복싱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을 계기로 권투를 시작해 2013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한 배우 이시영, 지난해 실용사격 국가대표로 뽑힌 개그우먼 김민경도 마찬가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주재훈 선수(31)의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그가 활을 처음 잡은 것은 해병대 제대 후 대학 3학년이던 2016년. 경북 경산의 양궁동호회에서였다. 이후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자세를 익혔다. 연습장이 없어서 경북 울진의 빈 축사에 과녁을 놓고 연습했다고 한다. 그의 직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 당연히 훈련시간이 부족했다. 아침이나 늦은 오후, 야간에 연습하면서 전업 선수의 3배 속도로 활을 쏘는 압축 훈련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4월 태극마크를 단 그는 진천 선수촌 입촌을 위해 회사에 무급휴직계를 냈다. 은메달을 딴 후 그가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 회사 관계자들께 영광을 돌린다”고 한 이유다. 그는 생업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당분간은 국가대표에 도전하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2028년 LA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꿈을 접지 않았다. 그의 진정한 스포츠 애호 정신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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