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징역도 꺾지 못한 이란 운동가, 옥중 노벨평화상 수상

입력 2023-10-06 20:23   수정 2023-10-06 20:53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란에서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 운동을 주도해온 그는 감옥에 갇힌 상태로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 “이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노벨평화상은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의 업적을 인정하는 의미”라고 했다.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지난달 16일) 뒤 이란 여성 운동가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

이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모하마디는 9살 때 이란 혁명에 관여한 혐의로 친척이 사형당하는 경험을 한 뒤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모하마디는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여성 단체와 시민 단체를 설립했다. 이후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세웠고,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76)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의 부회장을 맡으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왔다.

이란 정부의 박해는 가혹했다. 지금까지 이란 사법부는 모하마디를 13차례 체포해 5번 유죄 판결했다. 모하마디에게 선고된 징역형 기간은 총 31년, 태형은 모두 154대다. 그는 반국가 선동 행위를 한 혐의로 2021년 11월부터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이란 에빈 교도소에 또 수감된 상태다. 히잡이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라고 주장해온 그는 지난해 9월 아미니가 사망한 뒤 벌어진 히잡 시위와 관련해 이란인들의 행동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옥중에서도 했다. 감옥 안에서도 모임을 조직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며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하마디의 가족은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하마디가 대학 재학 중 만난 남편 타히 라흐마니(63) 역시 인권운동가이자 작가로 14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현재는 쌍둥이 자녀와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8년 전을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지난 6월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의 벽이 매우 높아 내 시야를 차단한다 해도, 나는 그 너머의 지평선과 미래를 본다”고 했다.

모하마디를 포함해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19명이 됐다. 그중 이란 여성이 2명이다.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해 올해 104회를 맞았다. 수상자는 금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000만원)를 받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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