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터미널에 '자금수혈'…줄폐업 막는다

입력 2023-10-08 18:12   수정 2023-10-09 00:31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지방 버스터미널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필수 노선조차 사라지며 갈수록 약해지는 지방 교통의 뿌리를 지탱하기 위한 지원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버스터미널에 물류창고와 대형마트 입점 등을 허용해 터미널들이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도울 계획이다.

▶본지 7월 4일자 A1, 3면 참조
정부·지자체 ‘터미널 살리기’
8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도는 버스터미널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경영 정상화 운영비 지원금 5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해 이달 집행할 계획이다. 도비 1억5000만원(30%)과 시·군비 3억5000만원(70%)이 투입됐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1억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9000만원) 안동터미널(8000만원) 등 주요 시 거점 터미널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내년 지원금은 15억원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터미널 경영 지원은 사실상 경상북도가 첫 번째다. 지난해 재정 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경기도(5억원)와 충청북도(1억7000만원), 경상북도(4억원) 등 세 곳이지만 이는 코로나19 기간에 승객 감축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보전해 주려는 목적이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터미널 지원과 관련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해석을 두고 혼선이 있었는데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지원해도 된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을 공식화해서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승객 감소→노선 감축 악순환
한때 독점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내던 버스터미널은 최근 10여 년 새 급격히 경영난에 빠졌다. 2018년 307곳이던 전국 터미널은 최근 5년 새 21곳이 문을 닫았다. KTX 등 대체 이동 수단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지방의 급격한 고령화 및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가 이중 삼중으로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아예 폐업을 선택하는 터미널이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끝났어도 줄어든 승객은 원상 복구되지 않고 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전국 터미널의 월평균 이용객은 815만 명(올해 1~3월 기준)으로 2017년(1426만 명)보다 42% 줄었다. 운영 노선이 줄면서 터미널을 찾는 승객이 감소하고, 승객이 적으니 노선을 더 줄여야 마진이 남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수요가 약한 전남·북과 경북 등에서 폐업 터미널이 많은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방일수록, 교통 약자일수록 버스터미널 외에는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터미널은 지방 대중교통의 핵심 거점”이라며 “버스터미널이 시·군 단위에 하나 정도는 유지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버스터미널에 냉동 물류창고와 골프연습장, 대형마트 등이 입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터미널을 지역 상업 거점으로 활용,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사이 폐업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단 재정 보조를 공식 허용했다.

터미널사업자협회는 택시나 버스업계와 달리 터미널은 공공재적 성격임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 할인 부담금 보전 등도 요청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전국 터미널에서 중·고교생 요금을 할인해 발생하는 결손금은 한 해 약 18억원(2017년 1월~2023년 6월 기준)에 이른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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