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용세습 고집하는 기아 노조

입력 2023-10-09 17:44   수정 2023-11-16 10:03

지난 5일 기아 소하리 공장. 올해 임금 단체교섭 중인 기아 노사 대표가 13차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 평행선만 달리다가 등을 돌렸다. 7월 교섭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핵심은 ‘직원 자녀 고용 세습’에 대한 입장차다. 기아 단체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부모가 기아에 다녔으면 그 자녀에게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복지를 제공하는 기아에 우선 입사할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다.

사측은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로 지적받는 이 조항이 많은 청년의 구직 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측은 “노조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 요구를 ‘개악안’으로 규정하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는 노조원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퇴직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는 앞서 기아에 단체협약 시정명령까지 내렸다. 해당 조항이 헌법 11조 제1항(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그럼에도 요지부동이다. 사회적 비난 여론을 감안해 2019년 고용 세습 조항을 없앤 현대자동차 노조와도 비교된다.

기아 노조는 그러면서 사측의 역대 최대 임금 인상안도 거부하고 있다. 사측은 앞서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을 제시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최근엔 실력 행사까지 나섰다. 주말 특근을 거부하는 등 파업을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

노조의 이기주의적 행보 탓에 기아 브랜드에 대한 국내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사측은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우선 채용 조항이 기아인 전체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노사 존립 기반인 고객이 우리를 비난하는 현실이 더 이상 이어져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기아는 1998년 외환위기 때 부도로 쓰러진 적이 있다. 이듬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현대차와 함께 세계 판매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글로벌 ‘큰손’들은 기아의 최대 리스크로 강성 노조를 꼽고 있다. 자녀에게 직업을 물려주려다가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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