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좀 입고 다녀라"…안내 무시하고 발리서 또 '나체 추태'

입력 2023-10-10 07:35   수정 2023-10-10 09:35



인도네시아 최대 관광지 발리에서 관광객들의 나체 추태 사건 사고가 급증해 정부가 에티켓 안내서까지 배포했지만, 이를 무시하는 관광객들의 소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비즈니스투데이 등 외신은 발리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 나체로 명상하는 모습이 담긴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온라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리 출신 신발 디자이너이자 인플루언서인 니 루 드젤란틱은 지난 주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남성 관광객이 옷을 입지 않고, 힌두교 전통 관습을 무시한 채 명상하고 있다며 영상을 게재했다. 그는 영상 속 남성에 대해 "너무 무례하다"며 "우리 사원에서 옷도 안 입고 명상하고 있나요? 당신 미쳤나요? 발리인들과 그들의 신앙을 모욕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이 사람을 데려가 달라"며 "이제 너무 지쳤다. 이건 우리 발리 사람 모두에게 굴욕이다"고 적었다.

영상 속 남성은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사원 풀숲 사이에 앉아 명상했다. 발리는 힌두교 사원을 신성하게 여겨 출입할 때 옷차림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게 예절이지만, 이를 무시한 것. 현재 원본 영상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공분을 자아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테리 리얀디 이민국 국장은 자카르타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사 당국은 영상 속 남성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원과 국적도 공개되지 않았다.

리얀디 국장은 "현재 출입국 관리소에서 해당 외국인의 SNS 계정에 연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전하면서 발리 경찰과 수색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사건의 위치와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발리 정부는 2023년에만 45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발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벌이는 각종 사건·사고도 늘고 있다. 특히 발리의 성지로 불리는 아궁산에 한 러시아 남성이 나체로 오르거나 신성한 장소인 바바칸 사원에 있는 700년된 바니안나무에서 러시아 여성 디자이너가 누드 사진을 찍다 발각돼 추방됐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발리의 한 사원에서 전통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독일인 여성 관광객이 옷을 벗고 난입하다 체포됐다.

발리 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29명의 외국인이 추방됐다.

결국 발리 정부는 지난 6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리에 도착하면 발리의 문화와 환경, 규칙 등을 지켜달라며 안내문을 나눠주기로 했다.

안내문에는 관광객은 기도 목적 외에는 발리 사원 내 신성한 공간에 들어가서는 안 되고, 기도를 위해 입장할 때도 반드시 전통 의상을 입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신성한 장소나 사원·물건·나무 등을 함부로 만지거나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함께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 성지, 관광지, 공공장소 등을 방문할 때는 예의 바르고 적절한 옷을 입어야 하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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