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수차례 묵살로…한전 33조 손실

입력 2023-10-10 18:20   수정 2023-10-18 17:10


한국전력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경영위기에 처한 것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못한 탓이라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을 앞둔 2021년 말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료 인상폭을 크게 축소했다. ‘전기료 인상 부담을 다음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예상하고도 전기료를 제대로 올리지 않은 정황 또한 드러났다.
“원가주의 원칙 유명무실”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전의 전기료 산정에는 2021년 1월 도입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국제 에너지 가격 등 원가 변동 요인이 고려된다. 한전은 매년 직전 1년간 평균연료비(기준연료비)를 근거로 전력량요금을 산정하되,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직전 3개월 평균연료비-기준연료비)을 반영하는 형태로 전기료를 정한다.

전기료 조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해 인가하는 절차로 운영된다. 기재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반대하면 전기료에 연료비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료비연동제 도입 첫해인 2021년부터 2022년까지 8개 분기 중 연료비 조정 요금이 변동된 건 4개 분기에 그쳤다. 나머지 4개 분기는 기재부 반대로 동결됐다. 이에 따른 연료비 미조정액은 18조200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가 2021년 12월 17일 연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2022년도 전기료 인상폭을 크게 축소한 것을 연료비연동제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 회의에는 당시 청와대와 기재부, 산업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애초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 악화를 고려해 전력량요금 ㎾h당 10.1원 인상과 함께 연료비 조정요금을 1분기에 ㎾h당 3.0원으로 책정하고 2분기부터는 ㎾h당 5.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물가 안정 및 국민 부담 가중을 이유로 1분기에는 동결하는 안을 들고나왔다. 논의 끝에 1~2분기에는 동결하고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인 3분기부터 올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결과 한전의 예상 적자폭은 애초 7조7000억원(산업부 안)에서 1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당시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는 “한전 주주 재산권 침해와 경영진 배임은 물론 정부의 직권 남용, 미래 세대 비용 전가 등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 참석자도 “(전기료를 억누르면)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 이같이 전기료가 책정되면서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감사원은 “연료비연동제 유보 기준, 항목별 정산금 산정 등의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文 5년’ 공공요금 부채 104%↑
전임 정부는 가스료 인상 역시 주저했다. 산업부는 2021년부터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해 연료비 조정 요인이 커지자 연동제에 따라 가스료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기재부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9개월간 여섯 번에 걸쳐 산업부가 제시안 가스료 인상안에 모두 유보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손실액)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로 부채·수익 규모가 결정되는 공기업의 공공요금사업이 스스로 추진하는 자체사업과 회계상 분리되지 않고 혼재돼 있다는 점도 부채 증가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힘든 요인으로 꼽았다.

감사원이 한전 등 16개 공기업의 금융부채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공공요금사업으로 인한 부채는 지난해 173조2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88조5000억원(104.5%) 증가했다. 자체사업으로 인한 부채는 같은 기간 2조9000억원(2.7%) 증가한 10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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