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산기업 2배 ↑…차입비용 상승에 내년 '빚폭탄' 전망도

입력 2023-10-16 17:27   수정 2023-10-16 17:28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어진 ‘저금리 파티’가 끝나면서 세계 기업들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맞이했다.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보다 더 많은 기업이 채무를 재융자해야 하는 내년에는 세계 증시까지 ‘빚 폭탄’에 요동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내년 만기 기업부채, 올해 4배 넘어
S&P글로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미국 기업의 파산 건수는 45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95.3%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건수인 379건도 이미 넘어섰다. 8월 한 달간 파산 건수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콜린 마틴 찰스슈왑 이사는 “올해 일부 기업의 차입 비용이 전년 대비 2~3배 증가해 기업 재무제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8%를 넘어서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기 등급 회사채 금리를 나타내는 ‘ICE Bofa 미국 하이일드지수’는 연 9%까지 올랐다.

미국 반려동물용품 판매업체 펫코는 ‘회사채 쇼크’에 직면한 대표 사례다. 2년 전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연 3.5% 금리에 빌렸던 펫코는 올해 연 9% 이자를 내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현금 흐름의 약 5%였던 차입 비용은 올해 약 25%로 급증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펫코의 신용등급을 B1에서 B2로 낮췄다. B2는 원리금 지급 안정성이 낮은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CNBC는 펫코처럼 부채 위험이 큰 기업으로 제너럴모터스(GM), 월풀, 코카콜라 등을 꼽았다. 부채 비율이 150%를 초과하면서 1년간 주당 순이익(EPS)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현재 주가와 52주 최저가 간 격차가 5% 이내인 기업들이다. 부채 비율이 165%인 GM은 미국자동차노조(UAW) 파업에 따른 위험도 안고 있다. 가전제품 제조업체 월풀은 부채 비율이 383%인 데다 주택시장 위축이라는 악재도 맞았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올라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 가전제품 수요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진짜 회사채 위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도 회사채 만기 규모가 올해의 4배를 넘기 때문이다. 울프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만기 되는 미국 기업의 부채(금융회사 제외)는 9030억달러(약 1210조원)다. 올해 2040억달러보다 343% 늘어난 수치다. 2025년 만기 부채는 1조2800억달러, 2026년은 1조4700억달러로 예상된다. 에이미 퀴켄보스 미국 파산연구소 전무 이사는 “기업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리며 생존해 왔다”며 “그러나 이런 기업 중 상당수는 이제 대출 만기를 맞았고, 현재 이자율이 상당히 높아져 재융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좀비기업 파산, S&P500 폭락할 수도”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는 중에도 일부 기업은 관성적으로 채무를 늘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저금리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해온 ‘좀비기업’들이 한 번에 정리되면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2022년 3월 이후 투자적격 등급(S&P 글로벌 기준 BBB 이상)을 받은 기업은 순 부채를 5조달러(약 6700조원) 이상 늘렸다. 에드워드 알트먼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Fed가 기준금리를 장기간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한 20년 동안 차입과 지출 모델이 미국 기업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대차대조표를 관리하는 경영진 중 상당수가 돈을 쉽게 벌던 시기에 경력을 시작했기에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채무 재융자에 실패하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에 의존하는 한계기업들이 한순간에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구조조정 컨설팅업체인 벡비즈트레이너의 줄리 팔머 파트너는 “금리 인상은 기업, 특히 부채를 거의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에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버블 감별사’로 불리는 제레미 그랜섬 헤지펀드 GMO 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를 거론하며 “종목 중에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틀어질 경우 S&P500지수가 2000선까지 추락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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