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월급 받으며 초과근무"…이 노랫말에, 美 백인 노동자 똘똘 뭉쳤다

입력 2023-10-19 18:08   수정 2023-10-27 20:07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보수 지지자들의 선공이 시작됐다. 컨트리송을 앞세워 지지세를 결집하면서다. 백인 노동자 계층이 대중문화계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컨트리송을 통해 분출된 것이다. 진보 진영에선 경각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주(8~14일) 빌보드 앨범 차트에선 미국 컨트리 가수 모건 월렌의 신규 음반 ‘원 싱 앳 어 타임’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 3월 발매된 뒤 16주 연속 빌보드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1위에 16번 등극한 것은 영국 팝스타 아델이 2011~2012년 세운 24회(앨범 2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월렌의 인기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월렌은 지난해 3월 SNS에 올라온 영상 때문에 홍역을 앓았다. 그가 “니거(검둥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게 찍힌 영상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파문에도 백인 보수층이 결집하며 월렌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월렌뿐만 아니다. 8월에는 빌보드 핫100 차트 1~3위가 모두 컨트리 음악으로 채워진 적도 있다. 컨트리 음악이 1~3위를 휩쓴 것은 빌보드가 집계를 시작한 1958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남부에서 시작된 컨트리 음악은 목가적이면서도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백인들의 노래’로 불리기도 한다.

무명 가수인 올리버 앤서니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앤서니의 데뷔곡 ‘리치 맨 오브 리치먼드’(리치먼드의 부자들)는 발매된 지 2주 만인 8월 21일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팝스타를 제친 것이다. 앤서니의 노래가 미국을 뒤흔든 이유는 가사 때문이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저학력 공장 노동자 앤서니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대변했다. “오늘도 형편없는 월급을 받으며 초과근무를 했어요”가 대표적이다.

백인 노동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복지 정책과 현 정치권을 비판하는 가사가 미국 백인 보수층의 관심을 끌었다. 앤서니는 “내 정치 성향은 중도”라고 밝혔지만 이미 공화당에선 그의 노래를 활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앤서니의 노래는 진보 진영에서도 화제가 됐다. 진보주의자들이 노동자 계급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블루칼라 노동자가 우울증에 시달려 약물 중독에 빠지고 있지만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되레 기후 위기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의제로 내세웠다.

진보 진영 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8월 사설을 통해 “민주당 지지자들은 계급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맹점이 있다”며 “이들은 백인 노동자 계급이 편협하고, 저학력자라는 선입견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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