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쓰면 남는 게 없어요"…중국산 김치 내놓는 식당들

입력 2023-10-19 22:00   수정 2023-10-19 23:17

"예민한 손님들은 싫어하긴 하는데…국산을 계속 쓰려니 정말 남는 게 없어요.“

인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1)는 최근 들어 식사 메뉴와 함께 나가는 밑반찬용 김치를 중국산으로 바꿨다고 했다.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해 온 그는 평소 직접 김치를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식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당 운영 비용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음식 맛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국밥집에서 김치 맛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이윤이 남아야 장사도 할 수 있다“며 ”석박지와 겉절이는 원래대로 직접 담고 신김치 일부만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밑반찬을 내주고 있다. 국산 김치를 고집하던 주변 식당들도 중국산으로 갈아타는 추세“라고 말했다.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확산하자 김치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입 김치는 2021년 중국의 소위 ‘알몸 김치’ 동영상 파문 이후 물량이 줄었지만, 다시 확대하는 추세다. 고물가로 인한 국내 김치 가격이 상승하는 데 따른 것으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자영업자들이 다시 값싼 중국산 김치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11일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김치 수입량은 18만716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16만4419t)보다 14% 증가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물량이다. 수입 김치는 중국산이 전체의 99.9%를 차지한다. 수입 김치는 2021년 중국의 한 남성이 알몸으로 김치를 절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된 후 소비자 불안이 커져 수입량이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배추 값 상승을 비롯한 전반적인 재료비 급등의 영향으로 이같은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김치 소비가 많은 식당 업주들이 수입산이 찾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곳곳에선 "가격 싸고 맛도 괜찮은 중국산 김치를 찾을 수 없겠느냐”는 문의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하는 이모씨(46)도 찌개에 들어가는 김치를 수입산으로 바꿨다. 이씨는 "가격 차이가 큰 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일부 외식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 김치를 쓰고 있다. 중국산을 기피하는 현상에 김치를 수입산으로 바꿨다가 자칫 단골 손님들이 떨어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 김치의 대부분은 중국산인데 국산 김치와 비교해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가격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나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음식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김치 완제품 10㎏을 도매상으로부터 1만2000~1만3000원에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국산은 3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직접 김치를 담그는 김장 비용 역시 무섭게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6225원으로 지난해 5447원보다 14.2%가량 뛰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한 포기 8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면서 소금 값도 올랐다. 굵은 소금(5kg) 소매가격은 1만3620원으로 지난해(1만1225원) 보다 21.3% 올랐다. 고춧가루와 대파·쪽파, 생강 등 김치의 재료도 줄줄이 오름세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김장철에 접어들고 있지만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물가에 민감한 가정주부는 식자재 마트 등에서 중국산 포기 김치를 대안으로 구매하기도 한다“며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번주부터 2주간 배추 총 2200t을 집중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부터는 정부에서 천일염 총 1000t 물량을 50% 할인한 금액으로 공급하는 등 배추·대파·사과 등 가격이 불안한 12개 농산물에 대해 최대 30% 할인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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