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노위 "노조 탈퇴 주동자 권한정지, 민주적 여론 형성 차단"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10-20 13:55   수정 2023-10-20 13:58


“조합 탈퇴 또는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의 소집·개최 등의 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노동조합법 5조(노조 설립의 자유)와 16조1항8호(조직형태 변경 허용)에 위반되며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 33조에도 위반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의 상벌규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근거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지노위는 이날 고용노동부가 요청한 전공노 상벌규정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전공노 상벌규정 제10조의2는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 규정은 전공노가 민노총 집단탈퇴를 추진하는 소속 노조를 압박하는 데 적극 활용돼왔다. 전공노는 2021년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자 비대위원장과 사무국장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 처리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지난 8월 안동시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던 때에도 해당 조항에 근거해 지부장에 대한 권한정지를 발동했다.

고용부는 상급단체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산별노조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하면서 해당 규정에 대해 “상급단체 탈퇴를 추진하는 지회·지부장의 권한을 정지시킴으로써 총회 의결을 방해해 조합 탈퇴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지노위 결정문을 보면 전공노는 “문언상 문구 자체에 명시적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따른 집단탈퇴를 방해하거나, 총회를 막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며 “그럴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행정기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전공노는 해당 상벌규정에 대해 “조직 내부에 질서 문란이 있을 때 빠른 권한정지를 통해 내부 권한 행사자를 신속하게 세워 조직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에 목적을 둔 조항”이라며 “과거 지부 간부가 조직형태 변경 등을 위해 지부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상황들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상벌규정 10조의2가 위원장 직권으로 ‘노조 탈퇴 주동자’에 대해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노위는 결정문에서 “위원장은 지부장 등 임원을 비롯한 조합원이 조합 탈퇴나 조직형태 변경을 시도하기 위한 총회 소집 요구나 언론 활동 등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게 하는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노조 탈퇴 또는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여론 형성 및 자율적 조직 활동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전에 불가능하게 한다”며 “조합원이 헌법과 노조법에 보장된 자유로이 노조를 설립하거나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단결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당 조항을 활용한 전공노의 압박을 이겨내고 민노총 탈퇴에 성공한 원주시노조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문성호 원주시노조 사무국장은 “다만 관련 내용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어 소송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내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조합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조합원 개인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산별노조 집단탈퇴를 불허하는 규약 제정을 금지하는 ‘거대 기득권 노조 괴롭힘 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공노는 지노위 시정명령 의결 이후에도 해당 상벌규정을 근거로 집단탈퇴 노조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 제기 등 소송전을 지속하고 있다. 전공노는 지난달 22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안동시노조(당시 지부)에 대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벌규정 10조의2발동에 따라 탈퇴를 주도한 유철환 지부장의 권한이 정지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공노는 집단탈퇴를 사실상 금지하는 또 다른 규약인 선거관리규정 22조를 철폐하라는 정부의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은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노조법 혐의로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을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전공노는 시정명령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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