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투자 노하우 알려준다더니…"완전 속을 뻔했다" [조아라의 IT's fun]

입력 2023-10-21 18:23   수정 2023-10-21 23:01


"저는 백종원입니다. 저는 수백억 원의 투자자이며, 전문서적을 읽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분에게 무료로 실물책 5000권을 제공하겠습니다."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명의의 게시글 내용이다. '더 알아보기'를 누르자 개인정보 처리 지침에 동의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상한 느낌에 다시 되돌아가 게시글을 읽었더니 '이 책을 통해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라는 어색한 한국어 문구가 보인다. 게시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계정 프로필 좌측에 나타나는 공인임을 알리는 인증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피드를 고쳐보니 이번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사진이 나왔다. 최근 주식 교육 그룹을 설립해 30%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데 투자 노하우를 무료로 나누겠다는 내용이 함께 나왔다. 피드를 새로 고칠 때마다 계정의 주인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연예인 홍진경 등으로 바뀌었다. 내용은 그대로였다. '사칭 계정'이다.
"진짜로 속을 뻔"…김종인 수익보장 피드에 '깜짝'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와 같은 사칭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의 얼굴과 명의를 도용한 가짜·사칭 광고 계정이다. 과거에도 사칭 계정은 존재했지만 이처럼 비슷한 내용의 사칭계정이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확산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칭 계정 대부분 언론에 사용되는 수준의 깔끔한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그럴듯한 문구로 게시글을 올려 자칫 속을 위험이 크다. 대부분 유명인 사진을 함께 올리며 "상당한 수익을 냈다" "손실 본 적 없다" "성공률을 보장한다"는 등 일반인이라면 '솔깃'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금융권 종사자는 "잘 살펴보지 않으면 가짜 광고인 줄 모를 수 있겠다"고 했다.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도 "진짜인 줄 알고 한 줄씩 읽고 계정을 살펴보려고 들어갔더니 그룹에 가입하라는 내용이 나왔다. 그제야 사칭 계정인 걸 깨달았다"며 "이후에 비슷한 투자그룹 가입 광고글이 나왔다. 열 때마다 보기 거북하고 지겹다"고 말했다.


사칭 계정이 급격히 확산하자 피해자 중 한 명인 주진형 전 대표는 직접 신고에 나서기도 했다. 주 전 대표는 지난 13일 "내 이름을 사칭해 주식 투자를 상담해 준다는 광고는 불법"이라며 "그럴 때마다 직접 신고해달라고 했고 또 많이 사람들이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10여 일이 지난 지금에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내가 이런 광고를 올리는 계정을 가짜 계정이라고 신고했더니 페이스북은 자기네들 커뮤니티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답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조해 심의와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통위는 "심의, 차단, 삭제 등 조치를 통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방심위도 지난 19일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43조 광고 매출" 의식 했나…메타 소극적 대응 이유는

메타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운영사가 도용 피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이들 업체의 주 수익의 98%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메타는 지난 2분기 320억 달러(약 43조3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광고 사업 매출은 전체의 98.43%에 달하는 315억달러(약 42조6000억원)다. 노출 횟수가 많아질수록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때문에 유명인 사칭 및 도용 계정에 대해 까다롭고 엄격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적으로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산되는 사칭 및 도용 사례들을 온전히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칭·도용범을 처벌을 하려면 직접 증거를 수집해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민사 소송 등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 또한 직접 초상권 침해로 인한 피해 사례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과거 이른바 '타인사칭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됐다.


문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갈수록 이같은 사칭·도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AI 음성·영상 조작이 가능해지면서 수법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계정 도용 건수는 1067건으로 전년(751건) 대비 42% 급증했다. 방심위는 초상권 침해 사례가 2019년 45건에서 지난해 114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90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메타 측은 별도 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 메타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사칭·도용 사례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계정 단속을 위해 추가로 별도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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