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바로 옆 불법 건물이…바뀐 건 없었다

입력 2023-10-23 07:27   수정 2023-10-23 07:54

지난 22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케밥집.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점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이곳은 지난 7월 용산구로부터 불법 건축물로 시정 명령을 받았다. 지난 2월 길이 6m, 폭 0.6m의 불법 철골 구조물(3.78㎡)을 설치해 케밥을 팔다 적발된 것. 건물 뒷편에도 길이와 폭이 각각 2m(3.84㎡) 구조물 위에 테이블 4개를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났지만 이태원 일대엔 여전히 불법 건축물이 세워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를 좁힌 불법 증축이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지만 사고 이후에도 수익을 위해 불법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적발한 불법증축물이 총 279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199건에 대해 이행강제금 2억6450만원을 부과했다. 참사 이전 적발돼 시정되지 않은 불법증축물까지 합하면 총 1883건(20억3339만원)에 달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참사 이후에도 불법 증축을 한 건물주와 상인이 적지 않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이태원 참사 발생 지역에서 145m 떨어진 서울 용산 이태원동의 S술집. 지난 7월 불법건축물로 용산구에 적발된 가게로 길이 10m·폭 1m(면적 10.8㎡)의 증축물을 철골 등을 이용해 불법으로 설치했다. 건너편 술집도 지난 4월 불법건축물로 적발됐다. 1층부터 3층까지 테라스와 화장실 등을 증축해 총 194㎡(58평)를 무단으로 늘렸다.
○참사 지점서 145m에 무단 증축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에 불법 증축이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참사 이후에 도로나 인도를 막고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한 건물주와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지난해 10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반경 300m 이내 건축물 1000여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로 적발된 불법건축물은 아홉 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이전부터 불법으로 건물을 증축해 지금까지 시정하지 않은 건축물은 76곳에 달했다. 이태원 참사는 해밀톤호텔 등이 무단으로 증축한 가벽이 골목을 3.2m로 좁혀 병목현상을 유발하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참사가 발생한 세계문화음식의 거리엔 21곳의 불법 건축물이 있었다. 참사 원인 중 하나였던 철제 구조물을 통한 테라스 확장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 가게들은 매년 수백만원 벌금을 내고 있다. 한 상인은 “증축으로 인한 수익이 더 큰 상황에서 불법 증축물을 시정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게 더 낫다”며 “경기도 안좋은 상황에서 철거 등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등이 모여 있는 이태원동의 한 골목에선 건축선을 넘어 담장을 설치한 탓에 골목이 1m가량 좁혀졌다. 용산구는 지난 5월 이곳을 건축선 침범을 이유로 불법건축물로 적발했다.

○참사 1년…바뀐 제도는 없어

용산구가 단속을 놓친 건축물도 있었다. 사고 발생 지역으로부터 120m 거리의 해장국집은 2021년 철골을 이용해 벽을 세우고 비닐로 외부를 둘러싸 공간을 확보했다. 이곳은 손님 대기 장소와 창고로 활용됐다. 단속에 걸리지 않은 탓에 매년 수백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불법 건축물 문제는 참사 직후 논란이 됐지만 관련 제도 등이 변한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행강제금 상향 등도 논의됐지만 현재는 없던일이 됐다.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 면적을 넓힌 경우 불법 증축으로 판단해 불법건축물로 등록된다. 연 2회 이내 ‘1㎡당 시가표준액×위반 면적×0.5’의 벌금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올해 초 서울시는 ‘서울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며 이행강제금 규모를 두 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시의회에서 서민 고통을 가중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용산구 관계자는 “구 전체를 직원 5명이서 단속하기 때문에 단속을 하지 못한 불법증축물이 있을 수 있다”며 “불법인 건물을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할 순 있지만 상인 반발 등을 고려해 강제철거에 나선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불법증축물로 가게를 확장해 손님을 늘리는 것이 수익이 더 좋기 때문에 불법증축물이 사리지지 않는 것"이라며 “이태원 골목에는 여전히 적재물 등이 쌓여있고 불법증축물도 많아 시와 지자체에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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